소주가 계속해서 순해지고 있다. 지난 1월, 알코올 도수를 16.5도로 낮춘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에 이어 하이트진로 역시 뉴트로(New-tro·새로운 복고) 소주로 내놓은 ‘진로’(일명 진로이즈백)의 도수를 낮춘다고 밝혔다. 진로의 알코올 도수가 16.9도에서 16.5도로 낮아지는 것이다.

2015년부터 시작된 저도주 열풍은 코로나로 ‘홈술족’(집에서 술을 먹는 사람)이 늘면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 2015년 하이트진로가 과일 맛을 더한 저도주 ‘자몽에이슬’을 내놓고, 롯데주류가 알코올 도수가 14도에 불과한 유자맛 저도주 ‘순하리 처음처럼’을 출시하면서 시작된 저도주 경쟁이 일반 소주로까지 넘어간지 오래이다.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다가 알코올 없는 소주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주류 업체들은 “소주 도수를 낮추는게 쉽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알코올 함유량만 낮추면 소주 도수가 내려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소주에 들어가는 원료는 주정, 물, 알코올 등인데 어떤 비율로 섞었을 때 소비자 반응이 가장 좋은지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단순히 알코올 비율만 줄이면 다른 맛이 튀거나 묻히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주류 업체들은 월별, 분기별로 소비자 테스트와 내부 테스트를 진행한다. 같은 도수여도 재료 배합 비율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맛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소주 연구원들은 가끔씩 술자리 상황을 완벽히 재연한 시음 테스트도 한다고 말한다. ‘음주 환경’에 따라 느껴지는 맛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소에서 만든 시음 소주 샘플을 들고, 실제 음식점을 찾아가 회·김치찌개·탕수육 등 소비자들이 소주 안주로 먹는 것들을 시켜 음주 환경을 구축한다.

주류업체 관계자는 “연구원, 마케팅, 영업 사원들이 샘플 소주를 들고 실제 술자리처럼 음식을 시킨 뒤 소주 샘플을 마셔보며 비교한다”면서 “샘플과 비교할 시중 소주, 경쟁사 소주 등을 모두 마셔봐야하기 때문에 시음 테스트하는 날에는 평소보다 소주를 더 많이 마시는 부작용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소주 도수가 0.1도 내려갈 때마다 소주 원료인 주정 값을 병당 0.6원 아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같은 값에 소주를 판매해도, 이익이 늘어나는 셈이다.

한 주류업체 관계자는 “맛도 맛이지만 해당 소주 브랜드가 젊은 사람을 겨냥하는지, 충성도 높은 중장년층을 겨냥하는지 다양한 마케팅 전략 등을 고려해 소주 도수를 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