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모니터에 최근 3일 동안의 남양유업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일가의 지분 전량 매각 소식이 전해진 뒤, 상한가로 치솟았다.

남양유업 오너 일가 보유 지분 전체를 사모펀드에 매각한다는 소식에 증권 시장에서 해당 회사 주가가 상한가로 직행했다.

남양유업 주가는 28일 증시 개장과 동시에 전일 종가 대비 29.84% 오른 57만원으로 치솟았고, 이날 오후 3시 기준 해당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배경은 오너 일가 지분 매각이다. 남양유업은 전날 장 마감 직후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일가가 가진 회사 지분 전체를 국내 사모투자 전문 회사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내용의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홍 전 회장은 남양유업 지분 51.68%를 갖고 있는 최대 주주로 홍 전 회장 아내(0.89%), 동생(0.45%), 손자(0.06%) 등 일가 주식을 합치면 53.08%에 이른다. 매각가는 3107억2916만원이다.

네이버 등 주식 게시판에는 “지긋지긋한 오너 리스크에서 해방됐다” “회사 최대 악재가 오너였던 기업” 등의 글이 쏟아졌다.

남양유업은 홍두영 창업주가 1964년 설립한 이래 ‘우량아 선발대회’ 주관, ‘아인슈타인 분유’ 히트 등으로 소비자들 사이에 호감도가 높은 기업이었고, 시가 총액도 한때 매일유업의 3배를 넘었다.

하지만 2013년 대리점 강매 사건을 시작으로 과대광고, 경쟁사 비방 등의 논란에 잇달아 휩싸이며 이미지 실추를 겪어왔다. 여기에 현재의 남양유업과는 무관한 창업자의 외손녀 황하나씨도 마약 등 각종 이슈로 구설에 올랐다. 결정타는 지난달 벌어진 발효유 ‘불가리스’ 사태였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불가리스의 면역 효과 발표를 조롱하기 위해 네티즌들이 만든 합성 사진.

남양유업은 ‘불가리스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77.8% 저감시켰다’는 보도 자료를 냈다가 주가가 요동치자 식약처 고발에 이은 영업정지와 경찰 수사 등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온라인에서는 “백신 확보 전쟁에서 실패한 한국은 불가리스나 열심히 마시자” 등 패러디와 조롱이 넘쳐났다. 파장이 커지자 홍 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모든 것의 책임을 지고자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홍 전 회장 일가 2명도 등기이사에서 사임했다.

하지만 사내 비상대책위원회는 회사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한 홍 회장 일가가 사퇴 후에도 여전히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소유와 경영 분리를 포함한 경영 쇄신을 요구해왔다. 남양유업 사정을 잘 아는 유업계 관계자는 “홍원식 전 회장 등 남양유업의 오너가가 기존 체제로는 1964년 창업 이래 최대의 위기를 극복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회사를 매각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을 인수하는 한앤컴퍼니는 2013년 1150억원에 식품 회사인 웅진식품을 인수한 경험이 있다. 한앤컴퍼니는 “투자 회사 최초로 도입한 집행임원제도를 남양유업에 적용해 지배 구조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행임원제도는 의사 결정과 감독 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별도로 전문 업무 집행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해 집행부의 책임 경영을 높이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