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신라면을 즐기는 소비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3억9500만달러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 매출도 신기록을 경신했다. 신라면을 즐기는 소비자 모습. /농심 제공

농심이 다음 달 미국 캘리포니아에 지은 제2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북미 지역에서 수요가 생산을 따라잡지 못할 정도 인기가 높아지자 생산 시설을 늘려 대응에 나선 것이다. 농심은 연간 3억5000만개의 라면 생산이 가능한 제2공장과 앞서 지은 제1공장 생산량을 합쳐 연간 8억5000만개의 라면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농심 관계자는 “해마다 큰 폭으로 성장하는 미국 시장은 물론,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시장 진출에도 힘을 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농심은 북·중미 시장에서 오는 2025년까지 작년 대비 2배 수준인 매출 8억달러(약 1조원)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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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면부터 비건 라면까지 인기

농심의 미국 제2공장은 미국 캘리포니아 랜초 쿠카몽가에 있는 LA 공장(제1공장) 바로 옆에 2만6800㎡(8100평) 규모로 지어졌다. 기존 공장과 가까워 생산에 필요한 각종 원료를 수급하기 쉽고 물류 비용도 낮출 수 있다.

생산 시설은 용기면 2개, 봉지면 1개 라인을 갖췄다. 모두 고속 라인으로, 농심은 이곳에서 신라면과 신라면블랙, 육개장사발면 등 시장 수요가 높은 주력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고속라인을 갖춘 제2공장은 주력 제품의 대량 생산 체제로, 기존 공장은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로 운영해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국내 생산 물량까지 미국 시장에 공급했을 만큼 기존 공장의 생산 능력이 사실상 포화 상태”라며 “제2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현지 공급이 큰 폭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이 제2공장 설립을 추진한 이유는 미국 시장에서 제품 인기가 해마다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농심은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시장에서 전년 대비 18%가량 성장한 3억9500만달러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농심은 지난해 해외 매출 신기록을 경신했는데, 미주 시장의 성장이 이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신기록 달성의 일등 공신은 단연 신라면이다. 특히 프리미엄 제품인 신라면블랙의 활약이 돋보였다. 신라면블랙은 지난해 전년 대비 25% 성장하며 매출 3200만달러를 기록했다. 농심 관계자는 “지난 2020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라면에 이름을 올리며 더 유명해졌고, 신라면블랙을 맛본 소비자들이 푸짐한 건더기와 깊은 국물 맛에 빠져 계속 재구매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신라면블랙은 경쟁사인 일본 라면에 비해 6배가량 비싼 가격이지만,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찾는 미국 소비자를 사로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 라면시장에서 일본 업체를 꺾고 1위에 오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점점 다양화되고 있는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즉각 대응한 것도 주요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비건 식품이 확산하는 점에 착안해 비건 라면 판매에도 중점을 뒀다. 농심은 기존 비건 제품 ‘순라면’을 기반으로 재작년 ‘순라면 미소&두부’와 ‘순라면 칠리 토마토’를 내놓으며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혔다. 또 작년에는 ‘비건 신라면’을 출시해 비건 소비자들도 신라면을 즐길 수 있게 했다. 농심의 비건 라면 매출은 지난해 33% 성장한 1260만달러를 기록했다.

농심은 미국 제2공장 가동으로 인한 공급량 확대가 시장 공략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앞으로 매년 20%대의 성장률을 달성해 오는 2025년 미주 법인에서 8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농심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지은 미국 제2공장을 다음 달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사진은 공장에서 제품을 시범 생산하는 모습. /농심 제공

◇1억3000만 인구 멕시코 시장 노린다

제2공장 가동을 계기로 농심은 북미에 이어 중남미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미국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인 멕시코가 첫 번째 목표다. 멕시코는 인구 1억3000만명에 연간 라면 시장 규모가 4억달러에 달하는 큰 시장이다. 현재는 일본의 저가 라면이 시장 점유율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농심은 멕시코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멕시코는 고추 소비량이 많고, 국민 대다수가 매운맛을 좋아한다. 또 온라인상에서 고기와 건고추, 향신료 등을 첨가해 만든 멕시코식 스튜 ‘비리아(Birria)’를 접목한 신라면 조리법이 인기를 얻고 있어 멕시코 시장 공략이 수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심은 올해 멕시코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전담 영업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또 신라면 같은 주력 제품 외에도 멕시코의 음식 문화와 식품 관련 법령에 맞춘 전용 제품을 선보이며 판매량을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을 시식해 본 멕시코 소비자들이 일본 라면보다 훨씬 더 맛이 좋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멕시코 시장에서 적극적인 영업, 마케팅 활동을 펼쳐 5년 내에 ‘TOP3′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미국 제2공장은 농심의 여섯 번째 해외 공장이다. 농심은 지난 1996년 중국 상해에 첫 해외 공장을 세운 이래로 1998년 중국 청도공장, 2000년 심양공장에 이어 2005년 미국 LA공장을 설립했다. 지난 2015년에는 중국 연변에 백산수 신공장을 세우는 등 미국과 중국에 생산 기지를 갖추고 해외시장을 꾸준히 공략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02년 농심재팬과 2014년 농심호주, 2018년 농심베트남, 2020년 농심캐나다 등 세계 각국에 판매 법인을 세워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춤으로써 현지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농심은 이번 미국 제2공장 가동을 발판 삼아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더한다는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뤄 수년 내 회사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