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2009년 개장했던 ‘경기광주점’을 26일 리뉴얼(새단장)해 새로 열었다. 이마트가 올해 들어 네 번째로 리뉴얼해 선보이는 매장이다. 패션이나 생활용품 같은 비식품 매대를 줄이고, 대신 신선식품을 파는 공간을 330㎡(약 100평)가량 늘렸다. 일렉트로마트(가전제품), 토이킹덤(장난감) 같은 전문점도 집어넣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내후년까지 점포 인근에 7000가구 대규모 입주가 예정돼 있다”며 “이들을 손님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리뉴얼한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쇼핑에 주도권을 내줬던 대형 마트 업계가 올해 주요 매장을 대대적으로 새단장하며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되는 시기에 맞춰 온라인에 뺏긴 손님을 다시 매장으로 불러들인다는 계획이다. 업체마다 조 단위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신선식품·체험공간 같은 ‘오프라인이 더 잘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 매장을 바꾸고 있다.

반려동물 데리고… - 롯데마트가 은평점을 리뉴얼하며 새로 넣은 반려동물 전문 매장. 롯데마트는 와인 전문점(보틀벙커), 반려동물 전문점(콜리올리) 같은 특화 매장을 늘리고 있다. /롯데마트

◇리뉴얼하니 8위 점포가 1위 등극

롯데마트는 지난 24일 그룹 차원의 투자 계획 발표에서 앞으로 5년간 매장 리뉴얼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재작년 12개 점포를 폐점하는 등 규모를 줄이는 데 집중했다가 작년 리뉴얼로 방향을 틀었고, 앞으로 이런 기조를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15곳을 새단장했고, 올해 안에 10여 곳을 추가로 바꿀 예정이다. 작년 말 리뉴얼한 제타플렉스(잠실점) 매출이 최근 5개월간 전년 대비 20% 증가하고, 지난 3월 말 대형 마트를 창고형 할인점으로 전환한 맥스 창원중앙점 매출이 200% 급증하는 등 성과도 나오고 있다.

홈플러스도 올해 초 “폐점 대신 리뉴얼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인천간석점을 시작으로 7개 점포의 새단장을 완료했다. 리뉴얼 후 한 달간 7개 점포 매출이 전년보다 46%가량 늘었다. 올해 말까지 17개 점포를 새롭게 바꿀 계획이다. 핵심은 ‘초대형 식품매장(메가푸드마켓)’. 밀키트만 따로 모아놓은 매대를 만들고, 김밥·치킨 같은 간편식을 즉석에서 만들어준다. 대학·오피스텔 인근 매장에선 1인용 소포장 상품도 늘렸다.

손님 원하는 대로 고기 손질 - 이마트 월계점 축산 매대에서 직원이 고기를 손질하고 있다. 동네 정육점처럼 고객 요청에 따라 고기 두께를 달리해 잘라주고, 지방 부위를 제거해주기도 한다. /이마트

이마트는 재작년 5월 월계점을 시작으로 업계에서 가장 먼저 리뉴얼 전략을 선언했다. 재작년 600억원을 투자해 9곳을, 작년 1400억원을 투자해 19곳을 리뉴얼했다. 올해도 10개점 정도를 새단장할 예정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리뉴얼한 점포 모두 이전과 비교해 매출이 두 자릿수로 성장했다. 특히 월계점은 리뉴얼 전엔 이마트 내 매출 8위였다가 리뉴얼 이후 손님과 객단가가 늘며 작년 매출 1위 점포로 도약했다. 이마트는 앞으로 5년간 점포 리뉴얼과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출점에 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식품은 키우고 비식품은 핵심 상품만

대형마트의 리뉴얼 전략 핵심은 식품 경쟁력 강화다. 작년 온라인 식품 시장 규모는 32조원으로 전체 식품 판매의 25% 정도였다. 마켓컬리 같은 새벽배송 업체가 공격적으로 식품 판매를 확대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오프라인에서 눈으로 보고 사려는 수요가 많은 것이다. 이 때문에 대형 마트마다 신선식품 매대를 늘리고, 고기·생선 맞춤 손질 같은 이색 서비스를 도입하며 식품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온라인 배송이 불가능한 주류 판매 공간도 넓히고 있다.

비식품의 경우엔 모든 상품군을 취급하던 방식을 버리고 반려동물·장난감·리빙 같은 최근 주목받는 상품을 중심으로 전문점을 만드는 추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작년 반려동물 특화매장을 만들면서 강아지, 고양이를 오래 키워온 직원들로만 따로 팀을 꾸렸다”며 “반려동물 용품뿐 아니라 병원, 미용실 같은 관련 서비스를 다양화하고 반려동물 건강기능식 특화존을 도입하는 등 차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