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놀러 왔어요!” - 7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본점에 도착한 말레이시아 단체 관광객 150여 명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의 화장품·건강기능식품 회사에서 포상 휴가를 받고 지난 4일 여행사를 통해 단체로 한국에 입국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100명이 넘는 단체 관광객이 쇼핑을 온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7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 말레이시아에서 왔다는 임리퐁(Lim Li Pong·40)씨가 면세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한국 화장품은 어디에서 살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가 제일 먼저 집은 것은 이니스프리와 설화수의 기초 화장품 세트. 이후 우리나라 패션 업체 F&F의 매장을 찾아가 티셔츠와 샌들 2~3점을 추가로 구입했다.

롯데면세점은 이날 오전 말레이시아 단체 관광객 150여 명이 한꺼번에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이들은 말레이시아 화장품·건강기능식품 회사 직원으로, 포상 휴가를 받고 지난 4일 한국에 입국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100명이 넘는 대규모 단체 관광객이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이달 중 태국·필리핀에서 단체 관광객 200~300명이 추가로 올 예정이기 때문에 단체 관광객을 위한 면세점 전용 엘리베이터 3대도 추가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하늘길이 열리면서 해외 관광객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100명 단위 단체 관광객도 잇따라 한국을 찾고 잇다. 정부가 지난 1일부터 제주·양양을 찾는 해외 관광객에 대해선 한 달 동안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한 데다, 인천국제공항이 최근 비행 금지 시간을 없애면서 국내를 찾는 해외 관광객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 덕분에 코로나 기간 내내 큰 타격을 입었던 면세점은 물론이고 호텔·카지노 매출도 반등하고 있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을 찾은 말레이시아 단체 관광객들이 계산대에서 줄지어 결제를 하고 있다. 이날 매장을 찾은 이들 150명은 화장품과 패션 의류 등을 주로 구입했다. /롯데면세점

◇다시 돌아온 외국인 관광객

지난 6일 신라면세점엔 태국 단체 관광객 170여 명이 한꺼번에 찾아왔다. 코로나 이후 국내 한 여행사를 통해 전세기를 타고 제주도를 찾아온 첫 단체 여행객이다. 이들은 3일 제주국제공항에 입국해 제주도 송악산과 용두암, 성산일출봉 같은 곳을 돌며 여행을 즐겼다. 이들은 면세점에서 한국 업체가 만든 화장품·향수, 패션 의류, 선글라스 같은 잡화와 식품을 주로 구매했다고 한다. 지난달 27일에는 베트남 의료기기 생산 업체에서 포상 휴가를 받은 단체 관광객 50여 명도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을 찾아 단체 쇼핑을 즐겼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하반기엔 더 많은 단체 관광객 방문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 방문이 늘면서 코로나 기간에 바닥을 쳤던 면세점 매출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지난 5월 롯데면세점 내국인 매출은 전년보다 2배 가까이 뛰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봉쇄 영향으로 코로나 이전 실적까지 회복하진 못했지만, 매출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은 맞는다”고 말했다.

면세점뿐 아니라 카지노 업계도 최근 실적이 상승세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관광공사의 카지노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는 지난 5월 드롭액(고객이 칩으로 바꾼 금액)이 1386억원으로 전년 대비 66% 증가했다. 매출액은 182억원으로 전년 대비 79% 늘었다.

1인당 1만달러 이상을 쓰는 소위 VIP 럭셔리 관광객도 다시 한국을 찾는 분위기다.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16명의 관광객을 따로 유치했다. 이들은 비즈니스·퍼스트 좌석 항공편을 타고 국내에 입국한 뒤 5성급 이상 호텔을 이용했고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1인당 수십만원짜리 식당을 찾아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최근 중동에서 치과의사 60여 명이 비즈니스 관광을 위해 한국에 오기도 했다”면서 “한국을 찾는 럭셔리·비즈니스 관광객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무비자·국제선도 확대

정부가 지난 1일부터 제주와 강원도 양양을 찾는 외국인들이 한 달 동안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는 무비자 제도를 허용하면서 앞으로 한국을 찾는 단체 관광객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관광협회 관계자는 “단체 패키지 여행객을 더욱 늘리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PCR 검사비의 절반가량인 1인당 5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선 운항도 대폭 확대된다. 인천국제공항은 오는 8일부터 시간당 항공기 도착 편수(슬롯) 제한을 없애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시간당 20편으로 제한됐던 도착 편수가 코로나 이전과 같은 40대로 회복된다.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적용됐던 도착 운항 금지(커퓨) 제도도 해제된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주당 증편 규모가 100편까지로 제한됐었다”면서 “앞으로는 여객 수요에 따라 적극적으로 국제선 증편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