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 개발팀 모두 MZ세대 2030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롯데홈쇼핑의 ‘MZ PB 개발팀’이 회의하는 모습. 이들은 자체적으로 상품을 기획·개발해 소셜커머스 등 새로운 채널을 통해 판매한다. /롯데홈쇼핑

CJ제일제당은 지난 4월 신입 사원 채용 면접에서 입사 4~7년 차 직원들을 면접관으로 배치했다. CJ제일제당이 올해 상반기 채용부터 정식 채택한 ‘컬처핏인터뷰’로, MZ세대 면접관들이 식품 영업, 온라인 영업 직군 입사 지원자들을 평가한 것이다. 당시 컬처핏인터뷰 면접관들의 평균 연령은 30.4세로, 지원자들의 평균 연령(25.5세)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면접관이 일방적으로 질문하고 지원자가 답하는 방식을 벗어나 소통형 면접을 도입한 것”이라며 “젊은 직원들이 지원자가 요즘 트렌드에 밝은지, 자신의 동료로 일하기 적합한지 등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채용뿐 아니다. 유통 업계가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 개발, 마케팅 전략을 아예 통째로 MZ세대 직원들에게 맡기기도 한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시장 변화가 워낙 빨라 기존 체계로는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다”면서 “참신한 아이디어의 젊은 직원들이 기대 이상 성과를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입 사원은 같이 일할 젊은 직원이 뽑아야”

롯데백화점은 올해 6월부터 신입 사원 채용 때 처음으로 ‘MZ 면접관’을 도입한다. 기존 면접은 실무 10년 차 이상 간부 직원 2명이 지원자 1명을 평가하는 방식이었는데, 여기에 입사 3~5년 차 MZ 면접관이 추가된 것이다. 기존 간부 직원들은 직무·조직 적합도를, MZ 면접관은 ‘함께 일하고 싶은 직원’ 항목을 평가한다. 면접장 풍경도 바뀌었다. 서로 마주 보던 자리 배치에서 벗어나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면접을 진행하고, 지원자가 면접관에게 질문하는 과정도 포함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신입 사원과 함께 일하는 시간이 길고, 더 자주 부딪히는 저연차 직원들의 시선으로 직원을 뽑는 게 조직 융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임원급 간부들이 주관하던 채용 과정까지 MZ 세대의 참여를 늘리는 것은 잠재적 고객인 입사 지원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효과도 있다. 인크루트가 성인 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MZ 세대 팀원이 채용에 참여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10명 중 7명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는 ‘팀장·팀원 등 세대별 의견이 골고루 반영돼 객관적이고 공정한 채용이 가능해서’가 81.1%로 가장 많았다. 채용 문제에 민감한 젊은 구직자들에게 공정한 기업이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젊은 직원들의 조직 충성도 높이는 효과도”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통 소비자를 겨냥해 ‘MZ 조직’을 구성하기도 한다. 기성 간부들의 시각을 배제하고 젊은 직원들끼리 상품 개발·기획, 판매를 할 수 있도록 결재 라인도 간소화한다.

현대백화점의 스트리트 패션 전문숍 ‘피어’는 2019~2020년 매출이 부진하자 해당 팀원을 입사 5년 차 내외 직원들로 교체했다. “타깃 고객층과 비슷한 연령대 직원들이 마음대로 해보라”고 전권을 위임한 것이다. 다른 팀의 경우 구성원의 60%가 경력 10년 이상 직원들인 것과 달리, 피어팀의 평균 연령은 32세에 불과하다. 젊은 직원들로 바뀐 피어팀은 기존 상품군의 60% 이상을 바꿨다. 2019년 16억원, 2020년 3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작년 10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매출 200억원을 목표로 작년 4개였던 피어 매장을 올해 1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롯데홈쇼핑도 30대 초반 팀장이 주도하는 ‘MZ PB(자체 브랜드) 개발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상품을 기획해 소셜 펀딩 사이트나 카카오커머스 같은 SNS를 통해 판매한다. GS리테일에도 비슷한 형태의 ‘갓생기획팀’이 있다. 이 팀은 작년 9월, 젊은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도넛 브랜드 ‘노티드’를 활용한 ‘노티드 우유’를 출시, 일주일 만에 50만개나 판매하는 기록을 올렸다. 롯데의 이커머스 조직 롯데온도 최근 트렌드에 밝은 젊은 직원들을 모아 ‘롯데’라는 브랜드를 떼고 활동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팀을 구성했다. 이 팀은 ‘디그디그’라는 이름으로 소셜미디어에서 MZ 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친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통 업계가 젊은 직원들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것은 젊은 직원들의 이직을 막고 조직 충성도를 높이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