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홍대에 전세계 최초로 문을 연 '나이키 스타일 홍대' 매장. 피팅룸에 그린 스크린(크로마키)과 조명이 설치돼, 옷을 갈아입고 다양하게 합성된 배경에 맞춰 나만의 영상을 찍어볼 수 있다.

15일 오전 11시 서울 서교동. 20~30대 200여 명이 일렬로 길게 줄을 섰다. 이날 오전 나이키가 전 세계 최초로 서울에서 새로운 형태의 매장 ‘나이키 스타일 홍대’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다. 3개 층으로 이뤄진 이곳 매장엔 보통 의류 매장에 없는 것이 많다. 일단 플라스틱 마네킹이 없다. 디지털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벽면을 통해 의류 모델을 보여주는 이른바 ‘디지털 마네킹’만 있다. 걸린 옷에 남녀 구분도 없다. ‘오버사이즈 M’ ‘루즈핏 S’처럼 옷이 넉넉한지 딱 맞는지 정도의 표기만 있을 뿐이다. 나이키 매장 중에서도 전 세계 최초로 이른바 ‘성(性)불확실·젠더 플루이드(gender fluid)’를 추구하는 곳이다. 나이키 관계자는 “서울 홍대는 전 세계에서도 트렌드를 이끄는 Z세대가 능동적으로 소비와 문화를 주도하는 곳이라고 보고 첫 번째 나이키 스타일 매장을 이곳에 열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1위 스포츠 의류업체 나이키가 한국에서 체험형 대형 매장을 잇따라 열고 있다. 단순히 직영점을 강화하는 것을 넘어, 소통 경험을 제공하는 스토리텔링형 매장도 선보이고 있다. 나이키 외에도 룰루레몬, 자라 같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도 한국에서 초대형 매장을 잇따라 열며 ‘대형 체험형 매장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나이키도 룰루레몬도, “한국에서 체험형 매장 열어라”

나이키는 새 매장에 고객이 라이브 방송 같은 개인 방송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콘텐츠 스튜디오’도 마련했다. ‘네이버 예약’으로 예약하면 누구나 30분간 무료로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옷을 입어보는 피팅룸에도 색상과 채도 조절이 가능한 조명을 설치했고, 다양한 영상을 합성할 수 있는 그린 스크린(크로마키)도 준비했다. 매장에서 옷을 입어보고 피팅룸에서 관련 영상 콘텐츠를 찍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나이키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에게 차원 높은 리테일 경험을 전파하면 이곳이 금세 아시아의 허브 역할을 하는 매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남동에 아시아 최대 '룰루레몬' 매장 - 스포츠 의류 브랜드 룰루레몬도 지난달 한남동에 국내 최대 규모의 매장을 냈다. /룰루레몬

나이키에 비해 덩치는 한참 작지만 매년 평균 20%씩 성장해서 주목받는 스포츠 의류 브랜드로 꼽히는 룰루레몬도 지난달 서울 한남동에 아시아에서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큰 매장을 열었다. 룰루레몬의 작년 글로벌 전체 매출은 62억5700만달러(약 8조2905억원)다. 한남동 룰루레몬 매장은 2개 층으로 이뤄졌다. 2층은 남성 전용이다. 최근 남성 소비자가 가파르게 늘자 남성 소비자가 편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특히 남성이 회사에 출근할 때도 입을 수 있는 평상복 라인인 OTM(On the Move)과 랩(lab) 컬렉션 등을 강화했다. 룰루레몬 관계자는 “한국은 디지털 소통이 빠르고 아시아 트렌드를 이끄는 지역이라서 중국·일본과 동남아시아 시장 가능성을 타진할 때 가장 먼저 신제품을 내거나 매장을 내는 테스트베드”라고 말했다.

◇”온라인 시장 넓히고 싶으면, 매장을 활용하라”

글로벌 패션업체들이 한국에 잇따라 대형 체험 매장을 내는 것은 온·오프라인 시장 모두에서 확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스페인 인디텍스 그룹이 운영하는 SPA 브랜드 자라(ZARA)도 지난 5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을 새로 리뉴얼했다.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이자 전 세계에서 넷째 규모로 리뉴얼해서 공개하는 매장이다. 자라 관계자는 “매장을 크게 키우고 멋지게 만들면 한국에선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홍보가 된다”면서 “온라인을 통한 입소문이 빨라지고 그 덕에 온라인 시장도 넓어진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체험형 매장을 내면 온·오프라인 시장을 동시에 확장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나이키도 체험형 오프라인 매장 확대, 그리고 백화점 등 외부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자체 온라인몰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D2C(direct to consumer)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룰루레몬도 독자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직접 판매를 통해 향후 5년 동안 글로벌 매출을 2배 늘리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