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18일 “대체육 등 식물성 식품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2025년까지 매출 2000억원 규모로 사업을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세계적 흐름이 된 식물성 식품 사업에 대해 국내뿐 아니라 수출을 통해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은 “구제역 발생 국가로 육가공품 수출이 어려운 우리나라에서는 식물성 식품이 K푸드 확산을 위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고기 아닌 고기’인 식물성 식품이 기업들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종교적 신념이나 건강 문제가 있는 일부 소비자에게 한정됐던 과거와 달리 가치 소비를 하는 젊은 층과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까지 식물성 식품을 찾으면서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식물성 식품 시장 규모는 26조4000억원이다. 2016년 20조7000억원 규모였던 시장이 4년 만에 28% 성장한 것이다. 아직 국내 시장은 6554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식품 업계는 “지난 몇 년간 빠른 성장세를 보인 식물성 식품 시장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식물성 식품'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내세운 CJ제일제당이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만두, 미트볼, 함박 스테이크 등 식물성 식품으로 만든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CJ “식물성 식품 매출 70%, 해외에서 벌겠다”

CJ제일제당은 식물성 식품 매출을 크게 늘리면서 매출의 7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겠다고 밝혔다. 앞서 작년 12월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인 ‘플랜테이블’을 출시해 현재 미국·일본·호주·싱가포르 등 20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현재 30% 정도인 해외 매출 비율을 2배 이상으로 크게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작년 말에는 인천에 연 1000톤 규모의 식물성 식품 전용 공장도 구축했다.

스타트업에 100억원가량을 투자하는 등 외부 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작년 미국의 대체 유제품 기업 미요코스 크리머리에 투자해 대체 버터·치즈가 함유된 제품을 개발했고,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식물성 식품 스타트업인 ‘그린레벨’에도 투자를 단행했다. 동남아 국가에 할랄 제품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식물성 식품이지만 나트륨 등 조미료 함량이 높아 건강에 좋지 않은 식품인 ‘정크 비건’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상황을 고려해 첨가물 제로(0) 제품을 내놓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2020년부터 사탕수수 등을 기반으로 한 조미료 소재를 출시한 CJ제일제당은 자사 제품은 물론, 다른 대체육 기업에도 식물성 조미료 소재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식물성 식품 사업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전략기획담당 경영리더(상무)가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 경영리더가 CJ제일제당이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식물성 식품과 글로벌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푸드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연 대체육 정육점 '더 베러'. 진열장에 놓인 햄과 소시지, 햄버거 패티 등이 모두 대체 단백질 등으로 만들어진 식물성 식품이다. /신세계푸드

◇고기 없는 정육점도 열어

다른 식품 기업들도 대체육 같은 식물성 식품을 신사업으로 삼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작년 7월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내놓은 신세계푸드는 이달 서울 강남구 압구정에 식물성 정육점인 ‘더 베러’를 오픈했다. 슬라이스 햄과 소시지 등 대체육 제품과 미트볼, 샌드위치, 샐러드 등 식물성 대체 식품을 사용한 메뉴를 매장에서 직접 먹어볼 수 있다. 대체 달걀 흰자로 만든 쿠키와 케이크 같은 디저트와 소스류도 판매한다.

자체 식물성 식품 브랜드를 가진 농심과 풀무원은 지난 5월 각각 ‘포리스트 키친’과 ‘플랜튜드’라는 비건 레스토랑을 열었다. 두부와 고기, 치즈 등 음식에 사용된 재료들이 전부 식물성인 것이 특징이다. 현대그린푸드도 자체 식물성 식품 브랜드 ‘베지라이프’ 제품을 일반에 판매하고, 구내식당 등에도 식물성 미트볼·함박스테이크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 스타트업과 협업하거나 투자도 늘린다. 동원F&B는 미국의 유명 대체육 스타트업 ‘비욘드미트’의 버거와 소시지 등을 국내에 독점 판매하고, SK는 미국 발효 단백질 기업 퍼펙트데이·네이처스 파인드와 영국 대체육 생산 기업 미트리스팜 등에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