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품 모시기에 여념이 없던 백화점 3사가 최근 국내에서 떠오르는 소위 ‘라이징 브랜드’ 모시기 경쟁에 나섰다. 영패션 전문관을 새로 만들거나 리뉴얼하고, 온라인상에서 젊은이에게 인기 몰이하는 신진 토종 패션 브랜드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를 여는 식이다. 백화점들은 ‘K패션은 인기가 없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버리고, 입점 문턱을 낮추기 위해 수수료도 대폭 할인해주고 있다. 백화점의 큰손 고객으로 떠오른 20~30대 젊은 소비자를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인데 실제 젊은 고객의 백화점 유입과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백화점, 토종 브랜드 모시기 ‘경쟁’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강남점 5층에 3306㎡(약 1000평) 규모의 영패션 전문관을 국내 고급 캐주얼 의류 브랜드 위주로 재단장했다. 25~35세 소비자를 겨냥해 14개 디자이너 브랜드를 들여놓았다. ‘렉토’를 비롯해 ‘샵아모멘토’ ‘베이스레인지’ ‘던스트’ ‘노프라미스’ ‘킨더살몬’ ‘W컨셉’ 같은 브랜드가 처음으로 입점했다. 이 중 절반은 신세계백화점 단독 입점 조건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젊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한국 최신 인기 디자이너의 브랜드를 소개하는 임시 매장도 ‘뉴스테이지’라는 이름으로도 계속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젊은 신인 디자이너 브랜드 150여 개를 여의도 더현대 서울을 중심으로 입점시켰다. 더현대 서울의 지하 2층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에 국내 길거리 브랜드 ‘디스이즈네버댓’을 처음 입점시켜 인기를 끌었고, 이후 ‘쿠어’ ‘인사일런스’ ‘엔트런스’ ‘모노하’ 같은 온라인 패션 브랜드 13개를 잇달아 입점시켰다. 정식 입점뿐만 아니라, 국내 신인 디자이너 브랜드와 손잡고 임시 매장도 계속 열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난 1년 반 동안 국내 디자이너들과 함께 연 임시 매장만 140회가 넘는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국내 신인 브랜드를 들여놓기 위해 수수료 일부를 낮춰주는 전략을 쓰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국내 신인 브랜드는 처음 백화점 입점 때 문턱이 높은 편이지만, 온라인에서 이미 큰 인기를 끈 브랜드의 경우 상응하는 대우를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도 본점의 대대적인 재단장을 통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작년부터 영패션관을 재단장하는 한편, 최근 본점 뷰티관을 열면서 탬버린즈, V&A 같은 20~30대가 좋아하는 국내 라이징 브랜드로 채웠다. 지난달 부산본점에선 ‘마뗑킴’ ‘분더캄머’ 같은 국내 신인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임시 매장을 열었다. 잠실점에도 ‘노이스’ ‘레더크래프트’ 같은 국내 남성 신인 브랜드를 계속 입점시키고 있다.

◇'최애 브랜드’ 없으면 백화점 안 오는 20대

백화점들이 최근 국내 신인 브랜드 입점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20~30대가 온라인에서 자주 접한 브랜드 옷이 많을수록, 해당 연령대 고객의 백화점 유입 효과도 커지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의 ‘더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에 유치한 신진 디자이너의 단일 매장 매출은 1억~3억원 정도인데, 이 중 20~30대 비율이 54.2%였다”며 “다른 15개 현대백화점 점포의 20~30대 매출 비율(25.3%)의 두 배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젊은 고객을 유인하는 브랜드가 많을수록 해당 연령대의 백화점 매출도 뛰었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의 성공 모델을 지난 1월 판교점 유플렉스관 재단장 때도 적용해 온라인에서 이름을 얻은 브라운야드, 원더월 같은 20여 새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지난달 대구점 리뉴얼 때도 ‘호텔더일마’ ‘배드블러드’ 같은 신규 브랜드 10여 개를 새로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