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치주’(알코올 도수 25도)와 ‘개빡치주’(40도). 편의점 이마트24가 26일부터 판매하는 증류식 소주 이름입니다. 젊은이들이 ‘화난다’는 뜻으로 많이 쓰는 비속어 ‘빡치다’를 술 주(酒) 자와 합쳤습니다. 같은 원리로 개빡치주는 ‘매우 화가 난다’는 비속어 ‘개빡치다’를 변형한 것입니다.

개빡치주 시리즈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왓챠의 웹드라마에 등장했던 제품명입니다. 중소기업 직원이 “새로운 소주 네이밍을 해보라”는 사장 지시에 반발하는 느낌을 담아 추천한 소주 이름입니다.

편의점 이마트24가 26일부터 판매하는 증류식 소주 개빡치주(알코올 도수 40도)와 빡치주(25도). /이마트24

방영 직후 ‘언어유희와 재치로 직장인의 애환과 스트레스를 날려줬다’며 화제를 일으켰고, 작년 6월 온라인 특별 판매로 3만병이 팔렸습니다. 이를 이마트24가 “직장인의 빡침을 위로한다는 뜻으로 위트를 담았다. 젊은 층 호응을 기대한다”면서 이번에 전국 오프라인 지점에서 판매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출시 소식이 알려진 뒤 ‘술 이름’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네티즌 사이에서 ‘너무 격하다’ ‘저속하다’는 의견이 쏟아져 나오는 거죠. 주 타깃인 젊은 세대에서도 ‘술 이름이 진짜 개빡친다’ ‘뇌절(과하게 오버하는 것)이 심하다’ 같은 부정적 반응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유통가에서 이처럼 ‘눈에 잘 띄기’만을 목표로 하는 네이밍 마케팅이 유행인 것은 사실입니다. 편의점 GS25가 출시한 가성비 피자 ‘ㅃ 피자’ (1+1 제품이라는 특징을 ㅃ 모양으로 강조), 버거킹의 39글자 이름 햄버거 ‘콰트로 맥시멈…’이 그런 사례입니다. 이들을 두고도 ‘도대체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되는 거냐’는 불만이 나오기도 합니다.

더 문제인 건 술을 만든 왓챠 역시 ‘개빡치주’란 이름이 리스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왓챠 측 관계자는 “보도자료 제목에 술 이름을 쓰지 못할 것 같아 그냥 ‘좋좋소(드라마 이름) 소주’라고만 했다”고 했습니다. 거북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이 걸렸다는 얘기입니다.

비속어는 국어 사전에서 ‘격이 낮고 속된 말’이라 돼 있습니다. 업체도 고심해 만들어 파는 제품이 격 낮게 취급되길 바라진 않을 것입니다. 네이밍 마케팅에도 선(線)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