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 식물성 레스토랑 대표 메뉴

패스트푸드 업체 노브랜드버거는 지난달 빵·패티·치즈·소스를 전부 식물 성분으로 만든 비건(식물성) 버거를 출시했다. 비건 식품은 높은 생산 비용 등의 이유로 일반 식품보다 비싼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 비건 버거는 가격이 5200원으로 유사한 맛(볼로네즈 소스)의 일반 버거(6300원)보다 1100원 싸다. 업체 관계자는 “고기의 맛과 향을 비슷하게 따라 하는 단계에는 이미 도달했다고 판단해 이젠 가격 요소로 실제 고기가 들어간 제품보다 경쟁력을 갖추는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상훈

비건 식품 업계가 지금까지 ‘고기 따라 하기’를 넘어 ‘고기 이상’의 강점을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채식주의자를 겨냥하는 ‘유사 고기’로 머무는 게 아니라 일반인에게까지 일상 식품으로서 상품성을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한계에 다다른 비건 시장을 뛰어넘으려는 생존 전략인 셈이다.

◇고기 애호가도 반할 가격·다양성·식감

업계에선 맛은 크게 고려치 않고 두부나 버섯 등 식물 성분으로 단순히 고기 자리를 대체한 2010년대 말을 비건 식품 태동기(1단계)라 본다. 2020년대 들어 고기 등 동물성 식품과 비슷한 맛을 따라잡으려 애쓴 시기가 2단계다. 지금은 가격이나 다양한 메뉴, 식감 등 고기 식품을 뛰어넘을 수 있는 요소를 개발하는 3단계에 진입했다. 이른바 ‘비건 3.0′ 경쟁이다. 핵심은 채식주의자뿐만 아니라 고기 마니아까지 식물성 식품을 찾도록 맛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풀무원은 식물성 요리를 일반 식당 메뉴처럼 다양하게 개발해 대중과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전까진 비건 식품을 냉동·냉장 제품으로 온라인 판매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는데, 오프라인 비건 식당을 운영하며 메뉴를 계속 늘려가고 있다. 최근 문을 연 용산점의 경우, 떡볶이나 유린기는 물론 중동 스튜 요리를 변형한 ‘순두부 인 헬’ 같은 이색 메뉴도 식물성으로 선보였다. 풀무원 관계자는 “메뉴 가격도 일반 레스토랑과 비슷하게 책정해 비용 면에서 진입 장벽을 낮췄다”고 했다.

CJ제일제당은 기존 식물성 단백질이 고열과 높은 압력에 취약해 물렁해진다는 단점을 보완, 120도 이상으로 가열해도 식감이 유지되는 새 식물성 단백질을 개발해 만두와 스테이크·떡갈비 등에 적용했다. 끓이거나 졸여도 변형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업체 관계자는 “특히 만두의 경우 ‘씹는 맛이 일반 고기만두보다 낫다’ ‘끝 맛이 느끼함이 덜하다’는 평이 적지 않다”고 했다.

동원F&B는 영양 요소로 일반 참치 시장을 흔들려 시도하고 있다. 콜레스테롤은 ‘0′이고 칼로리는 최대 31% 줄인 식물성 참치(100g당 145kcal)는 건강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영양 참치’로 입소문이 나면서 출시 2개월 만에 20만개가 팔렸다.

◇국내 넘어 해외까지 바라보는 3.0 경쟁

비건 3.0 경쟁은 국내 채식 시장 성장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국내 비건 인구 규모는 여전히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0분의 1(한국채식연합 추산)에 불과하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전망한 2025년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도 300억원 정도다. 국내 시장 규모가 작다고 아예 외면할 수도 없다는 게 식품 기업들의 고민이다. 글로벌 식물성 식품 시장 규모가 2030년쯤 수백조 원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대부분 비건 업체가 해외 시장 공략을 함께 준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의 식물성 식품 매출은 3분의 1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고, 동원F&B는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식품 업체들은 고기 이상의 비건 제품을 통해 국내에선 채식주의자 이외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해외 시장에선 비건 소비자를 잡겠다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