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프랑스 같은 해외 주요 국가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일찌감치 유통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거나 없애고 있다. 규제를 풀어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되면, 유통 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소비자들도 더 큰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의 경우는 대형 유통기업에 대한 출점이나 영업시간, 휴업 일수를 규제하는 법안이 사실상 없다. 과거 일부 주(州)에서 이에 대한 규제를 조례로 내놓으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곧 사라졌다. 대형업체의 진입도 제한받지 않아, 가격·서비스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 공룡’인 월마트는 ‘이커머스의 제왕’ 아마존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도 탄탄한 실적으로 최근 주가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이유다.

프랑스 역시 1906년 제정된 노동법에 따라 대형 유통업체의 일요일 영업이 100년 넘게 줄곧 금지됐으나, 2015년 친기업적 내용을 담은 ‘마크롱법’이 통과되면서 대형 유통업체의 일요일·야간 영업을 허용했다. 출점 규제 대상도 줄여나갔다. 2008년 경제현대화법을 도입, 대규모 신규 점포를 낼 때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기준을 매장 면적 ‘300㎡ 이상’에서 ‘1000㎡ 이상’으로 완화했다.

일본은 1974년 ‘대규모 점포법’ 도입 이후로 대규모 유통업체의 점포 면적과 개점일, 폐점 시간과 휴업 일수를 엄격하게 규제했다. 그러나 관련 법안이 유통업체의 경쟁과 성장을 막고, 유통산업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2000년에 이 법을 폐기했다.

독일의 경우는 지자체별로 일정 크기를 넘어서는 대형 점포에 대해선 출점 규제를 하고 있지만, 베를린이나 헤센 같은 지자체는 주변 상권 매출을 분석해보고, 그 상권의 매출이 10% 이내로 감소한다면 대형 점포 출점을 허용해주기도 한다. 도심 상권 활성화를 위해 대형 유통업체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진출할 수 있도록 해주는 유연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숙명여대 서용구 교수는 “일률적으로 규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매장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실질적으로 평가해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