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스텐스의 대표 제품 ‘2000T’. 사진 해스텐스

스웨덴 침대 브랜드 해스텐스(Hästens)는 171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2인용 기준 가격이 최소 2000만원에서 최대 12억원에 달해 ‘침대계의 롤스로이스’라는 별명이 붙었다. 1952년부터는 스웨덴 왕실에 침대를 공급할 만큼 기능성을 인정받았다.

국내에선 아이유, 블랙핑크 제니, 김연경 등 유명 연예인과 운동선수가 사용한다고 알려져 인지도가 높아졌다. 침대 하나가 차 한 대값, 웬만한 아파트 전셋값에 버금가다 보니 ‘금으로 휘감았나?’ 싶지만, 최근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해스텐스 쇼룸 ‘슬립 스파(Sleep Spa)’에서 마주한 첫인상은 파란 체크무늬 원단 탓인지 경쾌한 인상이었다.

1 해스텐스 장인이 침대에 들어가는 말총을 들고 있다. 2 37개 레이어(층)로 만들어진 해스텐스 대표 제품 ‘2000T’의 단면도. 사진 해스텐스

비싼 만큼 ‘꿀잠’ 잘까…포근함 비결은 ‘말총’

해스텐스의 엔트리(입문) 모델은 3000만원대 ‘마랑가(MARANGA)’ 제품이다. 직접 누워 보니 ‘포근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간 사용해 온 침대는 매트리스가 단단했는데, 해스텐스는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폭신했다. 이는 매트리스에 내장된 말총 덕분이다. 말총은 이 브랜드의 정체성이자 핵심 소재다. 브랜드명 해스텐스도 스웨덴어로 ‘말’을 뜻한다.

쇼룸 한쪽에 놓인 매트리스 단면을 보자 더 납득이 됐다. 해스텐스의 매트리스는 말총과 양모, 면, 아마 섬유, 포켓 스프링 등이 내장재로 채워져 있는데, 머리카락보다 얇은 나선형 말총은 침대의 포근함을, 포켓 스프링은 침대를 지지하고 옆 사람의 움직임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스프링 사이엔 아마 섬유를 덧대 정전기와 소음을 방지했다.

하지만 꼬불꼬불 엉켜있는 까만 말 털을 보니 냄새가 나거나 세균이 번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박상현 해스텐스 한국영업총괄은 “고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라며 “말총을 세척·멸균하는 작업에만 1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일부 합성 소재의 경우 공기가 안 통해 수면 중 땀을 흘리면 이를 흡수하지만, 말총은 통기성이 좋아 숙면에 적합한 온습도를 유지해 준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까지 말총이 문제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37개의 레이어(층)로 만들어진 해스텐스의 대표 제품 ‘2000T’도 눕는 순간 포근히 감싸주는 기분이 들었다. 완충재로 둘러싸인 상자 속 유리병처럼 온몸을 매트리스가 감싸주는 것 같았다. 이 침대 가격은 1억원 수준이다.

앞서 체험한 침대보다 더 부드럽게 느껴졌는데 이유는 매트리스 강도가 낮아서다. 해스텐스는 매트리스 강도가 ‘소프트(soft)-미디엄(medium)-펌(firm)-엑스트라 펌(extra firm)’순으로 단단해지는데, 이 침대는 미디엄이었다. 박 총괄은 “한국인은 단단한 매트리스에 익숙하다”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강도는 펌”이라고 했다. 그는 부드럽다고 해서 허리 지지대가 약한 건 아니고, 선호하는 느낌의 차이라고 덧붙였다.

이곳에선 4억원 상당의 침대 ‘비비더스(VIVIDUS)’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해스텐스 내에서도 9명의 장인만이 만들 수 있는 최고급 모델로, 제작에 360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누워 보니 매트리스 강도 탓인지 체험해 본 10여 종의 침대 중 가장 견고하고 부드럽게 느껴졌다. 박 총괄은 “장인 정신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모델로, 국내에서도 꾸준히 판매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숙면을 위한 ‘투자’…25년 품질보증도

해스텐스는 서울과 대구, 부산에 플래그십스토어(대표 매장) ‘슬립 스파’를 운영한다. 사전 예약 방식으로 침대를 체험할 수 있는데, 방문객 중엔 실제 쓰는 잠옷과 침구를 들고 오는 이도 있다고 한다.

모든 제품은 주문 후 스웨덴에서 제작되며, 선박으로 받을 경우 석 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 매트리스 크기와 높이, 강도를 비롯해 침대 다리의 재질과 높이, 헤드보드와 마감 방식 등에 따라 침대를 맞춤 제작(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매트리스는 상징적인 파란 체크 외에도 14가지 색상 중 원하는 색을 고를 수 있는데, 구매자의 90% 이상은 파란 체크를 선택한다고 한다.

해스텐스는 프레임과 스프링에 25년의 품질보증 기간을 두고 있다. 처음 침대를 사면 4개월에 한 번씩 전문 관리사가 방문해 침대를 관리해 준다. 손으로 마사지해 매트리스를 평평히 하고, 침대를 180도 뒤집는 방식으로 2년 정도 관리하면, 회사 측은 ‘오래 쓸 준비를 마쳤다’고 판단한다. 실제 스웨덴에선 대를 물려 해스텐스를 사용하는 가정이 많다고 한다.

한국에서 주 고객은 사업가와 의사 등 고소득 종사자가 대부분이지만, 최근에는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나 30대 초중반의 예비 신혼부부도 찾고 있다. 박 총괄은 “우리는 침대를 파는 게 아니라 수면을 판매한다”며 “자동차나 소파 대신 삶에서 가장 많이 쓰는 가구인 침대에 투자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Plus Point

Interview 제임스 애쉬베르거 해스텐스 최고마케팅경영자(CMO) “최고의 수면이 더 나은 삶을 만든다”

제임스 애쉬베르거 해스텐스 최고마케팅경영자(CMO) 전 스와로브스키·스와치그룹·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 브랜드 전략 및 글로벌 마케팅 책임자 사진 해스텐스

“해스텐스의 미션은 최고의 수면을 전함으로써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하고, 세상을 행복하고 사랑이 넘치는 곳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제임스 애쉬베르거(James Aschberger) 해스텐스 최고마케팅경영자(CMO)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 언론과 진행한 첫 인터뷰에서 그는 수면을 ‘달리기’에, 침대를 ‘달리기 장비’에 비유하며 침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해스텐스의 특별함은 말총을 비롯한 천연 소재에서 나온다. 직선 형태의 말총은 세척 공정을 통해 나선형으로 변하는데, 각 가닥은 다른 층과 밀착돼 스프링 역할을 하며 침대와 닿는 신체를 고르게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누웠을 때 체형과 체중에 자연스럽게 맞춰져 포근함과 안락함을 느낄 수 있는 이유다. 게다가 말총은 자연 통풍이 돼 수면 환경의 습도를 최적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애쉬베르거 CMO는 “해스텐스의 또 다른 이름은 ‘숨 쉬는 침대’”라며 “하룻밤 사이 인체에서 0.5L의 수분이 빠져나오는데, 침대를 구성하는 순면과 양모가 수분을 효과적으로 흡수·전달하고, 말총의 수많은 미세 기공(氣孔)이 수분을 증발시켜 오랜 기간 쾌적한 수면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이 비싸다는 평가에 대해 그는 “침대를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의 문제”라며 “침대가 삶의 질에 기여하는 가치를 고려한다면 질문에 대한 답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침대를 질 좋은 수면과 최고의 컨디션을 위한 ‘나를 위한 투자’ 개념으로 봐달라는 것이다.

애쉬베르거 CMO는 “1852년 창립 이후 6대에 걸쳐 이어져 온 해스텐스의 철학은 ‘타협하지 않는 품질’”이라며 “최고 품질의 침대가 고객의 삶을 더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