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상권이 2024년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빠르게 늘면서 서울 대표 상권으로서 옛 모습을 되찾고 있다. 해외 유명 브랜드도 앞다퉈 명동에 새 매장을 내고 있다. 한동안 성수동에만 집중됐던 각종 팝업스토어 행사도 올해는 명동에 몰리는 분위기다.

30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명동에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국내외 유명 브랜드들이 이곳에 새 매장을 내고 각종 행사도 열고 있다. 명동이 서울 대표 상권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장련성 기자

◇한 달 사이 외국인 매출 7배 늘어난 명동

‘명동 중앙길, 충무길, 유네스코길을 중심으로 한 명동 상권에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유동객의 60%가 외국인 관광객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2024년 한국 주요 상권 보고서 내용 일부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5일 명동 중심 상권에서 생긴 외국인 관광객 매출은 한 달 전(작년 12월 15일)보다 7배가량 늘었다. 작년 말 명동에 글로벌 특화 매장을 새로 단장한 CJ올리브영은 지난 12월 29일부터 이달 29일까지 외국인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0% 급증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만큼이나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매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하경

◇해외 브랜드 명동으로

명동에 새롭게 문을 여는 해외 브랜드 매장도 늘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룰루레몬은 지난 11일 한국에 세 번째 단독 스토어인 ‘명동 타임워크 스토어’를 열었다. 룰루레몬 관계자는 “명동 매장엔 한국 소비자뿐 아니라 다양한 나라 여행객이 많이 찾아오기 때문에, 그만큼 다양한 상품을 갖춰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일본의 신발 편집 매장 ABC마트는 현재 명동에서만 매장 5곳을 운영하는데 다음 달 8일에 하나 더 열 계획이다. 이탈리아 화장품 업체 돌체앤가바나 뷰티도 지난달 말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 국내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국내 업체들도 명동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이미스는 최근 명동에 새 매장을 냈다. 마리떼프랑스와저버의 플래그십 매장도 오는 2월 새로 문을 연다. 국내 1위 이커머스 패션 업체 무신사는 상반기에 새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명동역 인근에 열 계획이다.

◇'일본 긴자’ 넘는 명동 되려면

명동 상인들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명동에서 5년째 화장품 로드숍을 운영하는 곽모(53)씨는 “지금 당장은 숨을 돌릴 만하지만, 또 언제 상황이 나빠질지 몰라 솔직히 불안하다”고 말했다. 명동상인협의회 관계자도 “서울시가 어지럽고 분주한 명동 거리부터 잘 정비해서 관광객 맞을 준비를 제대로 해야 다시 위기를 겪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안국동에 한옥 카페를 들여와 외국인 관광객 붐을 일으킨 어니언 유주형 대표는 “일본 긴자는 최첨단 편집숍과 명품 매장, 일본의 오래된 전통을 자랑하는 매장이 다 같이 어우러진 곳”이라면서 “명동에도 유네스코회관 일대부터 명동성당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각종 근대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건물이 아직 많다. 이들을 제대로 복원해 명동만의 색채를 보여주는 재생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기종 경희대 관광학과 교수는 “서울시와 상인회가 연합해 명동에서만 볼 수 있는 체험 상품을 개발해 보여주는 일이 시급하다”고 했다.

서울시도 명동 재정비에 나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작년부터 명동 일대가 ‘가격 표시제’ 지역으로 지정됐고, 올해는 노점상을 대상으로 상품 판매 교육과 컨설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명동 쇼핑 관광 안내 지도 제작과 관광 특구 활성화를 위한 예산도 편성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