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의 대형마트들이 오는 5월부터 격주로 시행돼 온 대형마트의 휴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기로 했다. 지난달 22일 정부가 대형마트의 공휴일 휴업 폐지를 골자로 한 법 개정 추진을 선언하면서, 대구와 청주, 서울 서초구·동대문구 등 대형마트의 격주 휴일을 평일로 옮긴 곳이 늘어나자, 부산 지자체들도 지역 상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마트 쉬는 날을 평일로 바꾸겠다고 뜻을 모은 것이다.

부산시는 7일 동구·사하구·강서구·연제구·수영구 등 5곳의 대형마트는 5월 중으로, 중구·서구·영도구·부산진구·동래구·남구·북구·해운대구·금정구·사상구·기장군 등 11곳은 7월 중으로 의무휴업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기로 했다. 앞서 대구 등에서 대형마트 휴무일을 평일로 바꾼 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매출이 함께 늘어나는 사례를 보면서, 부산 지역 지자체들도 전통시장 보호라는 명분으로 대형마트 휴무일을 규제하는 것이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에 공감했다는 설명이다.

현행 유통산업 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매월 공휴일 이틀씩 휴점해야 하는데 이해 당사자와 합의를 거치면 평일로 휴무일을 바꿀 수 있다.

앞서 대구시와 청주시는 작년 2월과 5월 각각 대형마트 휴무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전환한 바 있다. 서울 서초구와 동대문구도 올해 초 쉬는 날을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바꿨다.

그래픽=김하경

◇부산 대형마트도 5월부터 평일에 쉰다

부산시는 이번 대형마트 휴무일을 평일로 바꾸기 위해 지난 2월부터 16개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해왔다고 밝혔다. 대형마트의 일요일 영업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소규모 수퍼마켓 같은 중소 유통업체의 상인들에게는 체인스토어협회 등을 통해 마케팅 및 판로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마트 근로자들을 위해선 근무시간을 조정해주고 유휴인력을 배치하는 등의 노력을 하겠다고도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에서 최근 5년 동안 6곳의 대형마트가 닫고 대형마트 주말 휴업일에도 전통시장 손님이 줄어들어 지역 상권이 위기를 겪고 있다”면서 “지금은 대형마트부터 중소 유통업체까지 힘을 모아 지역 상권 경쟁력을 높여야 할 때라는 사실에 다들 공감했다”고 했다.

부산시에선 현재 이마트(8곳), 홈플러스(9곳), 롯데마트(7곳) 등 총 24곳의 대형마트가 운영 중이다. 2010년 중반에만 해도 서른 곳이 넘었으나, 지난 2020년 이마트 서부산점을 시작으로 2021년 롯데마트 금정점, 2022년 홈플러스 가야점, 2023년 홈플러스 연산점과 해운대점, 2024년 2월 홈플러스 서면점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중국 이커머스 공세 커질수록 마트 영업 규제 없애야”

국내 주요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부산시의 대형마트 휴업일 평일 전환 결정에 대해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는 “대형마트 한 곳이 폐점하면 수백 개 일자리가 감소한다는 조사 결과가 여러 차례 발표된 바 있다”면서 “이번 결정은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주변 상권의 소상공인들도 같이 살리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도 “주말마다 마트가 영업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없어져 소비자 불편도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달 말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대구 등에선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 휴업을 없앤 이후부터 올해 초까지 음식점 등 소매업 매출은 18%, 전통시장 매출은 35%가 늘었다. 이들 지역에서의 소비자 만족도는 88%에 달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형마트를 찾은 손님들이 인근 식당이나 전통시장까지 찾아와 소비를 하면서 매출이 같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면서 “대형마트가 일요일에 쉬는 경남·경북의 지자체보다 소매 업종 매출 증가율도 높게 나왔다”고 했다.

일각에선 알리익스프레스·테무 같은 중국 이커머스들이 빠르게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유통업체들이 생존을 모색하기 위해서라도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 휴업 규제가 더욱 빠르게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대형마트의 매출 비중은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중국 이커머스 국내 사용자 수 매년 두 배 넘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국내 유통업체에 대한 과잉 규제를 푸는 것에 더 빠르게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