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경기 둔화로 명품 판매가 급감하면서 명품 브랜드들이 고전하고 있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중국 소비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으로 오히려 소비가 줄면서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춰야 할 상황에까지 놓인 것이다.
31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구찌·발렌시아가 등 브랜드를 소유한 프랑스 명품업체 케링SA는 올해 1~3월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약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이 영향으로 1분기 전체 매출도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몇 달 동안 공식 웹사이트와 이커머스 플랫폼을 포함, 중국 내 구찌의 온라인 판매가 크게 감소했다”고 했다. 이 소식을 발표한 직후 파리 증시에서 케링 주가가 사흘 연속 빠졌고, 시가 총액만 90억 달러(약 12조 1275억원)가 증발했다.
중국 소비자는 그동안 ‘명품계 큰손’으로 통했다. 곳곳에서 고급 브랜드 제품을 싹쓸이해 여러 명품 업체들이 중국 시장 공략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 내 실업률이 증가하고 부동산이 침체하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졌고, 이에 따라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명품 소비도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구찌의 경우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이 전체의 약 35%가량인데, 이 매출이 줄어들자 회사 전체 매출도 휘청이게 된 것이다.
다른 명품들도 중국의 소비 둔화에 매출 감소 등 타격을 입고 있다. 스위스 시계 산업협회는 지난 2월 중국과 홍콩으로의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5%, 19% 줄었다고 발표했다. 스위스의 고가 시계는 중국의 소비 심리에 따라 매출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대표적 상품으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중국과 홍콩 쇼핑객들이 스와치그룹 매장에 방문하고 있지만, 구매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닉 하이에크 스와치그룹 CEO는 “중국 소비자들이 큰돈이 드는 소비를 주저하고 있다”고 했다. 이밖에 샤넬, 루이비통, 롤렉스 등 다른 브랜드들도 작년부터 중국에서 성장세가 둔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국 시장에서 고급 사치재 수요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컨설팅기업 베인앤드컴퍼니는 작년 12%였던 중국 내 럭셔리 매출 증가율이 올해는 한자릿수대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