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티메프(티몬·위메프) 모회사인 큐텐그룹 구영배 대표가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고 9일 밝혔다. 구 대표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신규 법인을 설립한 후 티몬과 위메프 합병을 위한 준비 작업과 사업 정상화 추진에 나서기로 했다”고 했다.
구 대표는 지난 8일 티몬과 위메프 합병을 위한 플랫폼으로 KCCW(K-Commerce Center for World)라는 이름의 신규 법인 설립을 신청했다고 한다. 그는 1차로 설립자본금 9억9999만9900원을 출자한다고도 했다.
구 대표의 구상은 티메프에서 판매 대금을 정산받지 못하고 있는 판매자들이 주주조합의 형태로 합병법인 경영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의 보유지분을 100% 감자하고, 구 대표는 본인의 큐텐 전 지분 38%를 합병법인에 백지신탁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구 대표는 “(구상이 현실화하면) 합병법인이 큐텐그룹 전체를 지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9일부터 티몬과 위메프로부터 정산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판매자를 대상으로 미정산대금의 CB(전환사채) 전환 의향서 접수를 시작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커머스 업계 안팎에서는 구 대표의 구상이 실현될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본다. 당장 티몬과 위메프는 법원에서 ARS(자율 구조조정 지원)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ARS 프로그램은 법원이 회생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기업과 채권자가 동의하는 외부 전문가나 법인을 선임해 자율적이고 효율적인 구조 조정을 진행하는 제도다. 법원이 정한 기간 동안 협의가 이뤄지지 않거나 부채 3분의 2를 가진 채권자들이 반대하면 ARS 프로그램은 종료된다. 구 대표는 본지에 “각 사(티메프)의 ARS를 별도로 추진하고, 이후에 조정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티메프 합병을 추진하겠다는 구 대표의 생각과 달리 티몬과 위메프 대표는 앞서 분리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구 대표는 보도자료와 함께 티메프 판매자들에게 호소문도 배포했지만, 반응은 냉담한 모양새다. 이날 티메프 판매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는 “티메프가 합병한 플랫폼을 누가 이용하겠느냐” “결국 우리 돈을 담보로 전환사채 발행하라는 것 아니냐”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