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는 2014년 뉴욕 증시에 상장하며 글로벌 이커머스 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리스크도 분명히 존재한다. 중국의 방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동시에 중국 정부의 강력한 통제 하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창업주인 마윈이 중국 정부를 공개 비판했다가 핵심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상장이 예정일 이틀 전에 무산되고, 이후 수조원대의 벌금을 두 차례 부과받았다. 앤트그룹은 정부 요구에 따라 5억 명이 사용하는 주요 서비스를 분할하기도 했다.

앤트그룹은 간편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에서 시작해 자산 관리·대출·보험 등을 모두 담당하던 알리바바의 ‘금융 공룡’이었다. 상장 당시 시총만 3130억달러(약 416조원)로 평가받으며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공개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중국 정부가 하루아침에 이를 좌절시킨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중국 기업이라는 데서 비롯되는 ‘차이나 리스크’를 명확히 드러낸 사례”라고 했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정부 빼놓곤 설명 못하는 알리바바 역사

알리바바그룹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것은 2020년 10월이다. 마윈이 한 포럼 기조연설에서 “중국 금융 당국은 담보가 있어야 대출해 주는 ‘전당포 영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와 금융당국을 정면으로 비판한 게 계기였다. 당시는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증시 상장을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중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대가는 가혹했다. 중국 당국은 마윈과 앤트그룹 경영진을 소환해 문책하고, 앤트그룹 상장 예정일이 48시간도 안 남은 시점에 상장을 무기한 연기했다. 당시 알리바바는 앤트그룹 상장을 통해 350억달러(46조원)를 조달하려고 했지만 이 계획도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이어 2021년에는 알리바바에 반독점 행위를 이유로 3조원대 벌금을 부과했다. 기존 최대 액수는 2015년 미국 기업 퀄컴에 부과했던 1조원이었는데, 자국 기업인 알리바바에 3배 이상의 벌금을 부과한 것이다.

중국 정부의 제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앤트그룹의 핵심 사업이던 신용 결제와 소액 대출 서비스를 알리페이에서 분리하고, 국영 기업과 합작사를 꾸려 운영하도록 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던 5억명이 알리페이에서 이탈하게 된 것이다. 이들의 신용 상태 등 개인정보도 중국 정부로 흡수됐다.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그룹의 홍콩 사무실. 2020년 예정됐던 앤트그룹의 상장은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공개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가 정부를 공개 비판한 것을 계기로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AP 연합뉴스

지난해 초에는 마윈에게서 앤트그룹의 지배권을 사실상 박탈했다. 당시 마윈은 직간접적으로 앤트그룹 지분 53.46%를 보유한 1대 주주였는데,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이를 6% 수준으로 줄인 것이다. 이어 지난해 7월에는 1조원대의 벌금을 앤트그룹에 재차 부과했다. 은행 및 보험, 결제, 자금 세탁 방지, 펀드 판매 등의 사업 활동과 관련된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황금주’ 보유 역시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 통제를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홍콩 명보 등의 지난 2월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알리바바를 비롯해 텐센트·바이두 등 빅테크 기업의 주요 자회사 지분 1%씩을 국영 기업을 통해 매입하고 있다. 이 지분은 ‘특별 관리 지분’으로서, 주주총회 의결의 주요 사항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이다. 동영상 관련 자회사 ‘유쿠’, 게임·동영상 자회사 ‘광저우 루자오정보기술’ 등 알리바바 주요 자회사 15곳이 이런 식으로 중국 정부에 의해 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쪼그라든 주가, 잠행하는 창업주

알리바바는 앤트그룹 상장 무산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상장 직전 주당 30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던 알리바바 주가는 이달 현재 주당 80달러 선으로, 뉴욕 상장 1~2년 후 수준으로 회귀했다. 미 CNN은 마윈의 정부 비판 이후 알리바바와 앤트그룹의 시가총액 손실이 8770억달러(약 1170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중국 당국은 2022년 12월 “앤트그룹의 홍콩 증시 상장 요건이 충족됐다”고 밝혔지만 앤트그룹 상장이 실제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국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앤트그룹이 이미 핵심 사업을 다 빼앗긴 상황에서 상장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했다.

마윈도 해당 발언 이후 공식 석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는 2021년 10월 중국을 떠나 일본, 싱가포르, 미국, 이스라엘, 호주 등을 전전하다가 지난해 3월 중국으로 귀국했다. 이후 임원 회의를 주재하거나 기업 임직원들을 독려하는 내부 메시지를 공유하는 등 기업 경영에 관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외적인 활동은 하고 있지 않다. 2020년까지 연례 보고서를 통해 공시되던 그의 지분 보유량도 2021년부터는 계속해서 비공개 상태다. 2020년 7월 마지막으로 공개된 그의 지분율은 4.8%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