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인생이 될지는 50부터 판가름 난다, 오십부터는 노후 걱정 없이 살아야 한다, 조금 알고 적당히 모르는 오십이 되었다, 인생은 왜 50부터 반등하는가, 50 이후 더 재미있게 나이드는 법...
요즘 서점에 가면 유독 50살을 앞세운 신간 서적들이 많이 눈에 띈다. 아마도 단일 연도 출생자로는 가장 많은 1971년생 돼지띠(94만명)가 올해 50살이 된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인생 후반전을 시작하는 나이 오십. 갱년기와 부모 간병 등이 얽혀 인생 전반전과는 완전히 다른 룰이 필요한 시기다. 50대부터는 어떤 현실을 마주하게 될까? 노후 리스크는 없애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처럼 관리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대책없이 늙기보다는 어떤 상황이 닥치게 될 지 미리 알아두고 대처한다면, 나이 드는 것이 두렵지 않을 것이다.
일본의 노후문제해결 컨설턴트인 요코테 쇼우타(横手彰太)씨의 저서 ‘노후 연표’를 참고해 50대가 되면 생길 일들을 시기별로 정리해봤다. 그는 예비 은퇴자를 1000명 넘게 만나 상담했고, 재산관리총액도 79억엔(약 815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요코테 씨는 일본 상황을 토대로 해서 설명하고 있지만, 한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아 참고로 할만한 내용이 많다. 미리 알고 싶지 않을 현실일 수도 있지만, 미래에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은 일이라면 알아두는 게 손해는 아니다.
50세 노노(老老)간병 리스크
더이상 본인과 자녀 문제만 생각할 수 없는 나이다. 거동이 불편해진 노부모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50세 전후로 시작된 노부모 간병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강도가 심해지며 피크를 찍는다.
이때 함께 찾아오는 것이 바로 간병 우울증과 간병 퇴직이다. 요코테씨는 “어느 날 갑자기 부모의 보호자가 되면 출구가 보이지 않는 함정에 빠진 기분이 되면서 간병 우울증을 앓을 확률이 높아진다”면서 “배우자가 부모 간병에 협력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부부 갈등이 생기는 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요양시설에 입소할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면 어떨 수 없이 간병퇴직을 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중에 다시 직장을 잡기 어렵기 때문에 공공 간병서비스 활용 등을 최대한 활용해 간병퇴직만은 피해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퇴직하게 되면 수입이 끊기기 때문에 후회하기 쉽고 필연적으로 비극이 찾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비용 부담이 크다 보니, 노인인 자녀가 집에서 노인을 돌보는 노노간병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간병 가족이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요코테씨는 “일반적인 부모 간병 시간은 5년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인생 100세 시대인 지금은 더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간병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태에서 수입이 끊긴 상태로 십수년이 지나면 가족 붕괴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부모를 간병하는 짐을 나홀로 떠안는 이른바 ‘독박간병’은 더 고통스럽다. 독박 간병 경험을 책(나홀로 부모를 떠안다)으로 펴낸 야마무라 모토키씨는 “머릿속 어딘가에 부모님 염려가 똬리를 틀고 있어 잠을 깊이 자지 못하는 밤이 이어진다”면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즉각 판단을 내려야 하니, 그게 스트레스가 되어 묵직하게 다가온다”고 했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로 인한 사회 문제를 떠안은 일본조차도 노인 돌봄 문제는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요코테씨에 따르면, 돌봄을 필요로 하는 고령자는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이 따라잡지 못해 비용 부담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라고 한다(한국도 하루 간병비가 10만원 안팎으로 비싸다).
요코테씨는 “근무처에 출근일 조정 같은 걸 해줄 수 있는지 문의해 보고, 주위 도움 없는 ‘독박간병’이 장기화되면 우울증이 커질 수 있으니 가족이 한 팀이 되어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53세 유산 상속 다툼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유산 상속을 둘러싼 분쟁이 일어나기 쉬운 시기다. 재산이 10억원 이하여도 부모 사망 이후 상속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속받는 형제 간에 수입 격차가 있거나 관계가 소원한 경우 더욱 그렇다. 상속 분쟁을 방지하려면, 부모가 인지증을 앓기 전에 유언장을 써두거나 자금에 여유가 있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거쳐 유언 신탁 등의 수속을 밟아두는 것이 방법이다.
56세 황혼이혼 예비군
현역에서 떠나면 중요해지는 것이 부부 관계다. 하지만 남편과 아내는 서로 상대방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평생 일만 해오던 남편 입장에선 퇴직 후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달래고 싶어서 배우자에게 의지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자유를 빼앗겨 버린 아내는 짜증 지수가 높아지면서 화를 낸다.
아무 목표나 이유 없이 배우자와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하면, 상대방의 감정을 지치게 해서 결국은 갈등의 씨앗이 되고 만다. 황혼이혼 비율이 매년 늘어나면서 사상 최고치를 찍는 것도 불륜이나 돈 때문이 아니라 바로 감정 다툼 때문이다.
요코테씨는 “아내 10명 중 7명이 불만을 터뜨리는 시기”라면서 “황혼이혼을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혼인 기간이 길어서 부부의 공동재산과 개인 단독재산을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부 간 충분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