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이자 1만원 더 받았다고 보험료를 100만원 더 낸다고?

이렇게 당황스러운 ‘소득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곳이 바로 건강보험이다. 불과 이자 몇 만원 더 받았다고 1년치 건보료가 100만원 넘게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직장 가입자에 비해 가혹한 보험료를 적용받는 지역 가입자 입장에선 굉장히 불합리한 제도이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연주 디자인랩 기자

현재 건강보험료 금융소득의 ‘컷오프’ 기준은 1000만원이다. 2019년까지 이자·배당 소득은 2000만원을 초과해야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 소득으로 잡혔다. 하지만 작년부터는 연 1000만원 초과분에 대해 건보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당시 정부는 “이자율을 1%로 가정했을 경우 예금이 약 12억원 있어야 연 1000만원의 금융소득이 발생한다”면서 “지금은 1000만원이 넘는 수입에 대해서만 건보료를 매기지만 단계적으로 과세 대상을 넓혀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컷오프 기준에 따른 황당한 건보료 부과 체계다. 예금 이자를 1001만원 받으면 1001만원 전부가 건보료 부과 대상으로 잡힌다. 하지만 예금 이자를 1000만원 받으면 국세청에서 통보를 하지 않아 건보료에 단 한 푼도 반영되지 않는다.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일부.

서울에 살고 있는 은퇴 생활자 A씨는 “금융소득 1000만원 초과부터 부과한다면 기본 1000만원은 공제하고 초과된 1만원에 대해서만 건보료를 부과해야지, 전체 총액에 대해 부과하다니 누가 봐도 이런 불합리한 ‘문턱 효과’는 바뀌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만간 건강보험공단은 2020년 귀속 금융소득을 반영해 새 보험료가 적용된 11월분 고지서를 보낼 예정이다. 제도가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집값 급등 등으로 재산 부과 대상 소득도 높아져서 ‘악 소리 나는’ 건보료 때문에 당황하는 지역 가입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료 부담: 금융상품 절세 전략

만약 이렇게 아주 사소한 차이 때문에 건보료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해 금융소득이 1000만원을 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고, 금융상품을 활용한다면 연금 계좌 가입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

‘연금이야기’의 저자 차경수씨는 “건보료는 재산이나 자동차보다 소득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금융소득을 연금소득으로 갈아타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말했다. 연금저축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같은 사적연금은 1년에 1800만원까지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다. 물론 최소 55세 이후에 돈을 찾아써야 하는 등 제한은 있다.

한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경우엔 현재는 국세청에서 자료를 통보하지 않아 건보료 부과 대상 소득으로는 잡히지 않는다. ISA는 일반형 기준 수익금 200만원까지는 비과세, 2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분리과세(9.9%)된다. 원칙적으로는 건보공단이 언제든지 부과할 수 있는 소득 대상이기 때문에 바뀔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건보료는 앞으로 내릴 일보다는 오를 일만 남았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등으로 보험 급여 지출은 2030년엔 올해보다 2배 이상이나 폭증해 160조5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또 금융 상품에 가입할 땐 만기 시점에 한꺼번에 수익을 챙기기보다는 연도별로 나눠서 분산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가령 건강보험 지역 가입자가 1~11월까지 받은 예금 이자가 900만원이고 12월 만기로 120만원의 이자가 생기게 된면, 12월 만기 시점에 예금을 찾지 않고 내년 1월에 돈을 찾는 것이다. 만기 이후 이자는 매우 낮기 때문에 이자는 다소 손해겠지만, 건보료를 100만원 이상 아낄 수 있어서 훨씬 이득이다.

금융소득 관련 건보료 궁금증은 건보공단으로 문의하면 된다(전화번호는 157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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