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구와 경제가 쑥쑥 크던 시대에 태어난 58년 개띠. 격동하는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헤쳐온 이들은 1955~63년 1차 베이비붐 세대를 대표한다. 당시 출산율은 6명이 넘었다(지금은 1명도 안되지만).
‘58년 개띠’는 베이비붐 세대를 상징하는 고유 명사처럼 쓰인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1차 베이비붐 세대라고 하면 58년 개띠가 유독 부각되는데, 이는 당시 출생자 수가 99만명으로 전쟁 이후 가장 많이 태어난 데다 상급 학교에 진학할 때 고교 평준화(뺑뺑이) 같은 대대적 변화가 있었고 사회 생활을 시작할 때 3저 호황이라는 역사상 최고의 호경기에서 일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국 경제 성장을 주도했던 58년 개띠가 나이를 먹을 때마다 자산 시장과 소비 시장이 요동쳤고, 부(富)의 지도가 바뀌었다. 이들이 정년을 맞아 현장에서 떠나기 시작했을 땐, “회사 업무 말고는 아는 게 많지 않은 58년 개띠, 그들의 지갑을 열어야 돈을 번다”면서 실버 산업이 후끈 달아 올랐다.
그런데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지금, 우리 사회는 58년 개띠를 또 한 번 주목하고 있다. 박재병 케어닥 대표는 “58년 개띠가 75세가 되는 2033년, 대한민국은 큰 혼란이 예상된다”면서 “노인 인구는 늘어나고, 오래 살고, 여기에 아픈 노인들까지 동시에 늘어나 사회보장 관련 비용이 3배속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우리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전체 비용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세금만 올려선 답이 없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 같은 노후 전문가들은 왜 58년 개띠가 75세가 되는 2033년에 주목하는 것일까. 75세가 되면 병을 앓을 확률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마치 두더지 게임이라도 하듯, 이쪽 병을 치료해도 곧 다른 쪽에서 병이 생긴다.
삼성생명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생애 총 의료비는 약 1억4560만원인데 이 중 55%를 65세 이후에 지출한다고 한다. 아마 75세 이후로 통계를 뽑는다면 비중이 더 커질 것이다. 일본에선 인생 최대의 경제 손실이 닥칠 수 있는 시기를 75세라고 말한다.
의료비뿐만이 아니다. 75세부터는 간병 비용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일본에선 75세 이상 고령자는 3명 중 1명꼴로 간병 서비스를 받고 있다. 치매, 뇌혈관, 골절, 심장병, 당뇨병, 암, 시각장애 등 이유도 다양하다.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노후 의료비나 간병비 지출은 더 무거운 짐이다. 통상 유병(有病) 기간은 10년이라고 하는데, 이 중 침대에 누워 있어서 제3자의 병수발이 필요해지는 기간은 3~4년이다.
시니어 헬스케어 플랫폼인 케어닥에 따르면, 평균적인 중산층 가정의 경우 자택 간병을 5년 동안 한다면 기본만 해도 약 6000만원이 든다. 월 100만원꼴이다. 만약 서울에 있는 요양병원에 입소하게 된다면 비용은 더 늘어나서 5년간 1억8000만원이다.
80대 치매 아내를 돌보고 있는 은퇴 생활자 황모씨는 “가족 간병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정말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면서 “건강보험이 있긴 하지만 기타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나도) 삶의 질이 떨어져서 병이 생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개호독신(介護独身, 부모 간병으로 독신이라는 의미)’이라는 책을 썼던 일본의 야마무라 모토키(山村基毅)씨는 “갓난아이를 키우는 일은 사회에 이롭다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있으니 환영받지만, 노인 간병은 칭찬받거나 인정받는 경우는 없어서 더 버겁고 지친다”면서 “부모 간병은 언젠가 결말이 찾아오지만, 그 끝은 결국 죽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결코 반갑지 않다”고 말했다.
고령자 의료비와 간병비 부담은 장기간에 걸쳐 지속된다. 박재병 케어닥 대표는 “75세 이상 인구가 급증하면 생각지도 못한 가계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과 동시에 정부의 비용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면서 “정부의 미래 예측이 나이브할 가능성이 높은데, 단순히 부동산 세금만 올린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