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오스템임플란트(048260)에 대규모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투자자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오스템임플란트 거래를 중단하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조사 중인 가운데 회사 지분을 보유 중인 국내외 자산운용사들 고심도 깊어졌다.
전날 오스템임플란트는 자기자본(약 2048억원)의 91.81%에 해당하는 1880억원 규모의 업무상 횡령 혐의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사유가 발생함에 따라 같은 날 오전 8시 35분부터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매매를 정지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정보시스템(DART)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 중 운용사는 글로벌 유명 투자은행(IB)인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다. 자본시장법상 특정 종목의 지분을 5% 이상 취득한 투자자는 의무적으로 세부 매매내역을 공시해야 한다.
앞서 라자드는 지난달 초 오스템임플란트 주식(1428만5717주) 9.7%에 해당하는 138만5504주를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9월 라자드가 보유 중이던 115만1543주(8.06%)와 비교하면 23만주 가량을 신규 매입한 것으로, 라자드는 꾸준히 오스템임플란트 지분을 늘리는 상황이었다.
익명을 요청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오스템임플란트 수급을 보면 운용사 등 기관 비중이 작지 않다”며 “결론이 어떻게 날지 모르지만 만에 하나 상장폐지가 되면 손실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회사마다 내부적으로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실제로 최근 한 달 동안 오스템임플란트는 개인과 외국인보다 기관 러브콜을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30일부터 지난달 12월 30일까지 기관이 836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인 가운데,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688억원, 148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간을 연간으로 넓혀도 개인의 순매도 비중이 가장 컸다. 2020년 12월 30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개인은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에 대해 1565억원을 순매도한 가운데 기관은 약 22억원 순매도하는 데 그쳤다. 반면 외국인은 1611억원을 순매수했다.
그간 증권가에서도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회사 실적이 좋은 데다 임플란트 산업 자체 성장성도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치과용 임플란트 수출 금액이 전달(5783만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시 대상 규모는 아니지만 오스템임플란트 지분을 보유 중인 운용사는 많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삼성자산운용(0.73%), 미래에셋자산운용(0.56%), KB자산운용(0.53%), 메리츠자산운용(0.50%) 등이 회사 지분을 0.5% 이상 갖고 있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경우 지난해 초까지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1.14%에 해당하는 16만2547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기존 보유 지분 71만8746주(5.03%)에서 일부를 매각한 결과였다. 현재는 보유 지분이 1000주 미만으로 사실상 모두 처분한 상태다.
한편, 오스템임플란트에 투자한 운용사 대부분은 향후 리스크 관리 방안을 논의하는 것 외에는 당장 대응할 방법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오스템임플란트 실질심사 대상 여부는 15일(영업일 기준) 이내, 즉 오는 21일까지 결정된다. 만약 대상으로 확정되면 심사는 이후 25~30일 동안 진행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거래 재개까지 시간이 꽤 남았고, 횡령금액을 어느 정도 회수할 수 있을지도 아직 불투명하다”며 “거래 재개가 되면 매도를 하거나 유지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만약 상장폐지가 되면 정리매매 등 방법으로 손실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스템임플란트가 편입된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운용사들은 여건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오스템임플란트가 지수에서 빠지지 않는 이상 거래가 정지된 상황에서 종목 비중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지만 ETF에 포함된 종목이 거래 정지되거나 상장폐지가 됐을 때 대응할 방법은 없다”며 “거래 정지가 풀리고 지수 안에서 종목 비중이 조절돼야 ETF 내에서도 자연스럽게 조정이 이뤄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