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카카오 노조가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의 자사주 대량 매도를 비판하며, 카카오 대표 내정 철회를 촉구했다. 류 대표는 지난해 카카오페이 주식을 처분해 약 469억원을 현금화해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77년생 류 대표./사진=카카오페이

“앞으로 신문이나 TV, 유튜브 같은 곳에 나와 신(新)지식인이나 프론티어인 척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개미들 소중한 돈 모아서 주식 장사하고 먹튀하는 쩐주에 불과한 것을 이제야 실체를 알게 됐다.”

“이미 팔아서 900억이나 현금을 챙겼는데 지금 와서 사과하면 해결되냐, 진정한 책임 경영을 하고 싶다면 팔아 치운 수량만큼 다시 매입하라.”

“기업가 정신 하나 없는 불량 기업, 돈만 챙기고 말로만 죄송하다고 하면 다인가, 카카오 불매·불용 운동으로 제2의 남양유업이 되어야 정신차리겠나.”

상장하자마자 주식을 대거 팔아 치운 카카오페이 경영진에 대한 소액 주주들의 분노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금을 챙긴 경영진이 5일 뒤늦게 공개 사과까지 했지만 논란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6일에는 카카오 노조조차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한 판단이었다”면서 “국회에서 ‘카카오페이 먹튀 방지법’이 논의되는 상황까지 초래한 경영진의 도덕적 책임은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난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현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차기 대표 등 임원 8명은 지난해 12월 10일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으로 취득한 주식 44만여주를 처분했다. 상장한 지 한 달여 만에 900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왼쪽에서 여섯 번째)가 지난해 11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경영진이 주식을 대거 처분하기 전인 작년 12월 9일, 카카오페이 주가는 20만8500원이었다. 하지만 회사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경영진의 주식 처분 소식이 전해진 이후, 주가는 우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6일 기준 카카오페이는 15만1000원까지 빠졌다. 경영진 매도 공시 이후 28% 떨어졌다.

문제는 카카오페이가 ‘누구에게나 이로운 금융’이라는 기업 철학을 내세우면서 국내 기업 처음으로 ‘100% 균등배분’ 청약 방식을 도입한다고 홍보한 데 있다. 우리나라 국민 182만명이 청약에 참여해 흥행은 성공했다. 여의도 증권사와 회사 경영진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그런데 그렇게 국민주를 표방하겠다고 했던 기업의 경영진이 상장 후 한 달 만에 고점에서 주식을 대거 팔아 치웠다.

20년차 주식 고수 A씨는 “성장성 높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시총을 31조원까지 부풀렸는데, 기업의 미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경영진이 주식을 대거 팔아 치우니 투심이 식어 버린 것”이라며 “아무리 미래 성장성이 좋다고 해도 3년 연속 적자 기업인 카카오페이 시가총액이 31조원이나 된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신한지주 같이 거대한 금융그룹 시총이 19조원”이라며 “적자 기업 주가가 경영진이 생각하기에도 터무니없이 올랐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임원들이 주식을 팔고 이익을 챙긴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류영준 카카오페이 현 대표와 신원근 내정자는 지난 4일 사내 간담회를 열고 최근 카카오페이 지분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하고 주식을 대량 매각한 것과 관련해 사과했다. 류영준 현 대표는 약 460억원을 현금화했고, 신원근 대표 내정자도 약 60억원을 현금화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저를 비롯한 경영진들의 스톡옵션 행사와 매도로 인해 불편한 감정을 느끼셨을 모든 분께 송구하다”며 “상장사 경영진으로서 가져야 할 무게와 책임감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으며 앞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신 내정자는 “상심이 크셨을 주주와 크루(직원) 등 이해 관계자분들께 사과드린다”면서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 및 주식 매도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리스크를 점검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 경영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12월 10일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비롯한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은 900억원 어치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일괄 처분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모두 카카오페이 지분을 처분한 경영진. 가운데가 류 대표.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경영진의 주식 매도 이유는 개인적인 것이라서 알 수 없다”면서 “류영준 대표의 경우 카카오 대표로 옮기면서 이해 상충 방지를 위해 남은 물량도 전량 매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71만주 중 23만주를 팔았고, 나머지 48만주는 카카오 대표로 자리를 옮기기 전에 매도할 예정이라고 한다.

모회사 대표가 자회사 지분을 보유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내부 방침에 따라 전량 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증권사 관계자는 “이해상충은 자회사와 지주회사가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를 따질 때의 문제인데 자회사가 지주회사 입장과 다른 결정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이재용 부회장도, 정의선 회장도 전부 자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회사 주식이 코스피200에 편입되는 날 모두 다같이 주식을 판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며 도덕 경영 등의 논란보다 차익 실현 욕구가 매우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는 지난해 12월 10일 총 23만주를 처분했다. 주당 처분 단가는 20만4017원으로, 약 469억원을 손에 쥐었다. 이날은 카카오페이가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