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 만한 회사는 다 쪼개서 상장하는데 주가가 안 떨어지는 게 이상하죠. 사업이 좀 잘 된다 싶으면 몽땅 떼어내고 충성하라고 스톡옵션 돈잔치까지 벌여주잖아요. 올해는 또 카카오엔터랑 카카오모빌리티를 상장한다면서요? 상장하고 CEO 자리 바꿔주고 돈 잔치 또 벌이나요.”(운용사 대표 A씨)
“뉴스를 한 번 찾아보세요. 글로벌 기업들이랑 경쟁할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거나 국가의 미래를 위한 신성장 사업을 펼친다는 뉴스는 하나도 없고, 자회사 떼어내서 신규 상장하고 CEO들은 돈방석에 올랐다는 뉴스 밖에 없잖아요.”(증권사 PB인 B씨)
장밋빛으로만 보였던 카카오 주가가 10만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소액 주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6일 9만9000원까지 하락하면서 10만원 밑으로 떨어졌고, 7일 오전에도 9만9800원까지 떨어져 거래됐다. 작년 4월 9일 액면분할(5분의 1) 이후 최저가다.
맏형 카카오의 주가 하락에 카카오그룹 전체도 타격을 입고 있다. 7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카카오·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게임즈·넵튠 등 5개 상장 계열사로 구성된 카카오그룹의 시가총액은 6일 기준 97조7750억원으로, 100조원이 무너졌다.
작년 11월 말만 해도 카카오그룹의 시가총액은 127조원이 넘어 LG·현대차그룹 등을 제치고 그룹별 시가총액 3위로 올라서기도 했는데, 지금은 180도 달라진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톡을 매일 사용하면서 라이언을 마치 가족처럼 친근하게 느낀 개인 주주들이 카카오 주식에 무한대 사랑을 보냈다. 지난해 개인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 3위가 카카오(2조8000억원)였다.
올해도 카카오 사랑은 변하지 않고 있다. 지난 3~6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 전체 시장에서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 탑10 중 3종목이 카카오그룹주였다. 카카오가 2위였고, 카카오게임즈 6위, 카카오뱅크 10위였다.
대형 증권사 PB인 이모씨는 “고객분들에게 카카오 관련 주식은 피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해도 듣지 않는다”면서 “온국민이 카카오톡을 쓰니까 막연하게 사업 확장성이 클 것 같다면서 자꾸 주식을 사모은다”고 말했다.
하지만 눈치 빠른 여의도 증권사 시각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이베스트증권이 7일 실적 부진을 이유로 카카오 목표주가를 종전 16만원에서 13만5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카카오 주주들은 차기 대표로 내정된 류영준 카카오페이 현 대표의 책임 경영 리스크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에서 보여줬던 경영 방식이 카카오에서 똑같이 재현된다면, 카카오 주가 하락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류영준 현 대표 등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은 ‘100% 균등 배분’ 청약 방식을 최초로 도입한다고 홍보해 놓고, 상장한 지 한 달여만에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900억원을 현금화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심지어 경영진의 주식 매도일이 카카오페이 주식의 코스피200 지수 편입일이어서 더 논란이 되고 있다. 지수 편입 호재로 주가가 최고점을 찍을 때까지 타이밍을 기다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경영진의 주식 집단 매도 이후, 카카오페이 주가는 힘을 못쓰고 있다. 지난해 11월 30일 24만8500원까지 올랐던 카카오페이 주가는 6일 15만2000원으로 마감해 39% 하락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일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경영진이 차익 실현 목적에서 집단 매도를 했는데 그 어떤 투자 주체가 카카오페이의 미래를 좋게 보겠느냐”고 말했다.
카카오 주주인 주부 황모씨는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집단 매도 먹튀 때문에 카카오 주가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는데 그런 비도덕적인 CEO가 카카오 대표로 내정됐다니, 진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볼 때마다 화가 난다”고 말했다.
“상장한 지 얼마나 됐다고 CEO를 교체합니까. 국민주(株) 만들겠다면서 카카오페이 상장시켰으면 성과를 보여야죠. 왜 바로 바꾸는 건가요. 이건 다분히 자기들끼리 돈 잔치하겠다는 의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류영준(469억원 현금화) 현 대표를 비롯, 신원근(60억원 현금화) 카카오페이 차기 대표 내정자 등 경영진은 지난 4일 주식 집단 매도에 대해 공개 사과까지 했지만, 사태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 6일 “경영진의 주식 집단 매도는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을 알면서도 주요 경영진이 동시에 매각했다”면서 “이는 국내 증시에서 유례없는 사례로, 경영자로서 윤리 의식이 결여됐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카카오 지분 7.4%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에 류 대표의 취임에 반대표를 던지라고 스튜어드십 코드 발동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역시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집단 매도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향후 신규 상장 기업의 경영진이 일정 기간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미 23만주를 매도해 469억원의 현금을 챙긴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앞으로 남아 있는 48만주의 카카오페이 스톡옵션도 전부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7일 장중 주가(15만6000원)로 계산하면 77년생 류 대표는 회사 상장으로 약 1218억원의 현금을 챙기고 카카오 대표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과연 이게 올바른 자본시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인지, 이런 일이 벌어져도 그냥 지켜만 봐야 하는지, 왕개미연구소장은 우리나라 1000만 개인 주주들과 대선 후보들에게 진심으로 묻고 싶다.
한편, 카카오페이 측은 “지주회사 대표가 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은 불법은 아니지만 그래도 특정 자회사의 주요 주주이면 해당 회사에 유리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류 대표는) 지분을 정리하게 됐다”면서 “류 대표 외에 다른 임원들은 각자의 사정에 맞게 필요한 물량을 행사해 처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