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후 한 달 만에 900억원대 주식을 대량 매도한 카카오페이 경영진에 대한 소액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증권가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류영준 대표 등 카카오페이 임원 8명은 작년 12월 10일 동시에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약 900억원을 현금화했다. 상장 이후 한 달여 만에 경영진이 집단으로 차익 실현에 나선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카카오페이는 공모주 흥행을 위해 청약금에 상관없이 ‘100% 균등 배정’을 통해 국민주로 만들겠다고 했고, 182만명의 개인 투자자들이 청약에 참여했다. 대성공을 거뒀지만, 경영진은 카카오페이 주식이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되는 당일(10일) 주식 매도에 나섰다. 지수 편입 호재로 주가가 최고점을 찍을 때 매각한 것이다.
류 대표와 신원근 차기 대표 내정자는 지난 4일 사내 간담회를 열고 주식 매각과 관련해 공개 사과까지 했다. 하지만 주가는 여전히 약세다. 경영진이 주식을 대거 처분하기 전날(작년 12월 9일), 카카오페이 주가는 20만8500원이었다. 하지만 7일 종가는 15만3500원이다. 경영진 매도 공시 이후 26%나 하락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카카오 대표로 내정된 상태다. 카카오페이 측은 “지주회사 대표가 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특정 자회사의 주요 주주가 되면 해당 회사에 유리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지분을 정리했다”면서 “다른 임원들은 각자 개인 상황이 있어 주식을 처분했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작년 12월 23만주 스톡옵션을 행사해 약 469억원을 현금화했고, 남아 있는 스톡옵션(48만주)도 카카오 대표 취임 전에 전부 행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합쳐서 1200억원 넘게 현금화하게 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스피200에 편입되는 날 경영진이 다 같이 주식을 판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며 차익 실현 목적이 컸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업계 임원은 “회사가 상장한 지 얼마나 됐다고 CEO를 교체하느냐”면서 “회사를 상장시켰으면 성과를 보여줘야지, 갑자기 교체하는 건 스톡옵션 행사해 현금화할 명분을 마련해준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신임 대표로 내정된 카카오의 노조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노조는 지난 6일 “경영진의 주식 집단 매도는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카카오 지분 7.4%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에 류 대표의 카카오 대표 취임에 반대표를 던지는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발동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