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나라 일본에선 요즘 ‘세미리타이어(semi-retire)’ 열풍이 불고 있다. 세미리타이어란, 조기 은퇴를 하지만 완전히 생계 활동을 멈춘 것은 아니고, 파트타임 등으로 일정 수입을 얻는 것을 말한다. 조기 반퇴(半退)라고 보면 되겠다.

일본의 세미리타이어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세대는 20~30대다. ‘미쓰비시 샐러리맨(三菱サラリーマン)’이라고 불리는 30대 호타카 유이키(穂高唯希)씨가 대표적이다. 그가 자신의 경험을 담아 펴낸 책(FIRE를 목표로 하는 사람을 위한 자산형성입문)은 일본 조기 반퇴족의 교과서다.

호타카씨는 대학 졸업 후 미쓰비시 상사에 입사해 7년 반 일하면서 급여의 80%를 주식 등에 투자했고, 2019년 서른 살이 됐을 때 과감히 퇴사했다. 당시 그가 모은 돈은 7000만엔(약 7억2500만원)이었다. 세미리타이어로 회사 월급은 끊겼지만, 현재 그의 자산은 1억엔(약 10억4000만원)으로 오히려 불어났다.

지금 일본 젊은 직장인들의 로망으로 떠오른 세미리타이어. 본지 머니팀이 이달 초 세미리타이어 생활을 보내고 있는 호타카씨와 이메일 인터뷰를 나눴다.

조기 은퇴가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말하는 호타카씨. 그는 "정신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여유가 생겼다"면서 "사회 구성원인 개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산을 바라보고 있는 사진 속 남성이 호타카씨다. /호타카씨 제공

–세미리타이어를 결심한 계기는?

“어릴 때부터 돈이 있으면 인생의 선택지가 늘 것이라고 생각했다. 14세부터 외환 거래에 관심을 가졌고, 이후에는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중국 유학(북경대 경제학부)이 전기(轉機)가 됐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났는데, 이때 이 나라에선 당연한 일이 다른 나라에선 그렇지 않을 수 있고, 무엇이 옳고 그르냐를 나누는 이원론적 사고방식은 상당히 표층적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 일본의 획일적인 사고방식을 깨면서 살고 싶었다. 이를 위해선 경제적인 자유가 필요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자마자 준비하자고 결심했다.”

–지출 최적화란 무슨 의미인가.

“회사 다닐 때는 월급의 80%를 투자했다. 연봉이 높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지출 최적화에 힘쓴 것도 도움이 됐다. 지출 최적화는 단순한 절약과 다르다. 절약이라고 하면 무리하게 지출을 줄여 짠돌이라는 부정적인 의미까지 포함하지만, 지출 최적화는 ‘내 경제 행동을 자산만의 가치관에 따라 적절하게 취사선택한다’는 긍정적인 것이다.”

–세미리타이어 후 달라진 점은?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어 좋다. 일도 강제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생계 활동으로 할 수 있고, 즐겁게 하는 일은 짜증스럽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솔직히 말해서 단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다. 물론 의사 결정을 내가 직접 하기 때문에 책임도 전부 내가 져야 한다. 그래도 내가 결정한 일이니까 결과가 신통치 않아도 납득할 수 있다.”

호타카 유이키씨가 펴낸 책(FIRE를 목표로 하는 사람을 위한 자산형성입문). 아직 한국에는 번역본이 나와 있지 않다. 출판 이후 작년 11월까지 8만5000부가 팔려나간 베스트셀러다.

–배당 투자로 생계 유지가 가능한가.

“좋은 주식은 사면 살수록 눈에 보이게 배당금이 쌓여 나간다. 성과를 가시화하는 것은, 동기나 의욕을 자극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내 경우 배당금이 생활비보다 많은 구조이기에 일상 생활에 무리가 없다. 배당 투자는 외환거래(FX)보다야 훨씬 안전하지만, 개별주 역시 종목 분석이나 배당 감소 등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상장지수펀드(ETF)로 분산 투자하길 권한다. ETF도 분배금이 줄어들 때도 있지만, 미국처럼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나라에 투자하는 ETF라면 그럴 위험이 적다.”

오키나와 셀룰러 전화는 일본 오키나와 지역에서 휴대 전화 사업을 하는 지역 기업이다. 호타카씨의 말대로 최근 10년 주가가 꾸준히 올랐다. 7일 종가는 5120엔이었다.

–일본의 안정적인 배당주를 소개해 달라.

“일본 증시에 투자한다면 개별 종목을 꼼꼼하게 분석해야 한다. 시장 전체가 성장할 수 있을 만큼, 인구 상황이나 경제 활력, 혁신성 등이 미국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오키나와셀룰러 전화(沖縄セルラー電話)’란 종목은 배당도, 성장도 모두 탄탄한 우량주라서 소개하고 싶다. 미쓰비시상사 같은 종목도 좋은 선택지다. 투자의 귀재라는 워런 버핏도 지난 2020년 미쓰비시상사를 비롯, 일본의 5대 상사에 투자한 바 있다.”

–미국 주식 투자는 어떻게?

“미국이라면 시장 전체 분산 투자로도 충분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본다. S&P500 지수에 연동되는 펀드나 ETF가 수도 없이 많다. 구체적으로는 VOO(S&P500 연동 ETF), VYM(고배당주 ETF), VIG(연속 배당주 ETF) 등을 추천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투자 중인 개별 종목은 MSCI, 코스트코, 팩트셋, 애브비, 애보트 래버러토리, 도미노 피자 등이다.”

최근 10년 동안의 미츠비시상사 주가 그래프. 7일 종가는 3771엔이었다. 미츠비시상사는 워런 버핏이 지난 2020년 투자한 종목이기도 하다.

☞세미리타이어 (semi-retire)

조기 은퇴를 하지만 완전히 생계 활동을 멈춘 것은 아니고, 파트타임 등으로 일정 수입을 얻는 것을 말한다. 조기 반퇴(半退)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