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시험대에 섰다.”(대형 증권사 고위 임원)

다음 주 18~19일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 청약을 앞두고, 여의도 증권가가 들썩이고 있다. LG엔솔의 청약 규모가 국내 증시 역사상 최대로 큰 데다, 상장 이후 국내 증시 판도도 뒤흔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청약을 진행하는 증권사에는 자녀와 부모 계좌를 만드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기업공개(IPO)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증권사 임원 A씨는 “공모 가격이 비싸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면서도 “시장 상황이 작년만큼 썩 좋지 않다는 점은 걸리는데, 그래도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하방이 막혀 있는 안전한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낙 덩치가 크게 나온 종목이다 보니 지수 조기 편입이 확실시되고, 그래서 연기금 등 큰손들의 기계적인 매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계가 가격 상관없이 주식을 잡아먹을 테니,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지난 11~12일 진행된 기관 수요 예측에서도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졌다. 대표 주관사인 KB증권은 단기 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 등 핫머니는 가급적 제외하고, 장기 투자를 할 기관에 물량을 더 많이 배정하는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량을 더 많이 배정받기 위해 보호 예수 기간을 6개월로 길게 선택한 기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상장일에 유통 물량이 적어져서 주가가 상승세를 탈 확률이 높아진다.

회사 측이 제시한 희망 공모가는 25만7000~30만원 사이로, 상단 가격인 30만원에서 결정되는 경우 예상 시가총액은 70조원이고, 공모 금액은 12조7500억원에 달한다. 권영수 LG엔솔 부회장은 10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세계 1위의 중국 CATL과 시총 차이가 크지만 앞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3년 후 매출에 대해 미리 수주한 금액이 현재 260조원이며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최소 25% 이상 성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CATL 시총은 234조원 정도다.

전문가들은 여유 자금이 있는 개인 투자자라면 LG엔솔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청약을 권하고 있다.

공모주 투자 전문가 박현욱(슈엔슈)씨는 “LG엔솔은 공모 금액에서부터 수요예측, 계좌수, 청약 증거금 등 모든 부문에서 신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며 “따상(공모가 2배 이후 상한가)은 무리겠지만 그래도 코스피 시총 2위(지금은 SK하이닉스 94조원)에는 무난히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종전 청약 증거금 1위 기록(SKIET, 81조)을 뛰어넘는 100조원대 자금이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역대 공모 금액 1위였던 삼성생명의 3배 규모로 상장되는 만큼, 과거 통계를 바탕으로 정확한 예상을 하기엔 한계가 있다”면서 “과거 IPO 대어에서 확약기관 배정 비율은 50~60% 수준이었는데 이를 고려하면 LG엔솔의 유통 가능 주식 비율은 9% 수준이 되고, 각 지수 조기 편입은 긍정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자세한 투자 방법은 11일 본지에 실린 ‘시총 100조 찍을까, LG엔솔 18~19일 청약’ 기사를 참고하세요.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파크원 본사에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장기 사업 비전과 전략을 공개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창실 전무, 권영수 부회장, 김명환 사장. /LG에너지솔루션 제공

그런데 이번 LG엔솔 상장 이후, 한국 증시가 지루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걱정하는 증권사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12일 기준 국내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은 2630조원. 여기에 증권사들의 LG엔솔 예상 시총(100조원)을 더하면 2730조원이 된다. 증시에 새로 들어오는 뉴머니는 예전처럼 많지 않은데, 초대형 종목이 입성하면 시장이 버틸 수 있을지 우려하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통상 대형 IPO가 등장하면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기 때문에 기존 종목들은 충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면서 “전세계적으로 통하는 정말로 좋은 우량주라면 외국에서 자금이 들어올 테지만 한국은 이머징이라는 한계가 있다 보니 무한정 유입되긴 어렵고 해서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이 이런 문제 의식을 갖고 보고서(LG에너지솔루션 상장, 증권 주식 매도 부담)도 펴냈다. 강 연구원은 “과거 대형 IPO 종목이 상장했을 때 코스피는 하락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월간 기준 IPO 종목 시총이 코스피 시총의 2%가 넘으면 지수에 부담으로 작용했는데 이번 LG엔솔은 시총 70조원을 가정할 때 코스피 시총의 3%가 넘는다”고 말했다. 수급상 단기적으론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공모주 대어가 등장하면 코스피는 하락한 경우가 많았다. 삼성생명, 삼성SDS, 제일모직, 삼성바이오로직스,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등이 등장했을 때 모두 그랬다.

LG엔솔로 자금 쏠림이 이뤄지는 시기를 대형주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으라는 시각도 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2일 “업종 대표 종목이 상장하면 다른 종목 수급을 빨아들이면서 다른 종목 매기가 약해지고, 시세는 대표주에 연동된다”면서 “다음 주부터 배터리 섹터는 약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있고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는 1월 말은 코스피와 지수 관련 대형주의 수급 부담이 정점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박 연구원은 수급 교란 때문에 시장이 흔들리는 이 때를 대형주와 지수 매수 적기로 삼는 역발상 베팅을 시도해 보라고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