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대표적인 투자 테마 중 하나는 전기차였다. 테슬라 외에도 다른 전기차 기업에 많이 투자하면서 ‘제2의 테슬라’ 찾기에 나섰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일부 종목에서는 큰 손실을 봤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해 전기차 기업 루시드 주식을 6억3707만달러 순매수했다. 지난해 루시드와 합병한 스팩(기업 인수 목적 회사·SPAC)인 ‘처칠 캐피털IV’를 순매수한 금액도 합친 것으로, 서학개미 순매수 6위다. 서학개미는 루시드 주식을 평균 27.22달러에 순매수했는데, 지난 19일(현지 시각) 주가 40.03달러와 비교하면 수익률은 47.1%로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반면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았던 리비안의 서학개미 투자 수익률은 -47.1%로 저조한 수준이다. 리비안은 지난해 11월 상장했는데, 서학개미는 리비안 주식을 2억7394만달러 순매수했다. 지난해 서학개미 순매수 18위다. 리비안은 상장 초기인 11월 16일에는 공모가(78달러)의 2배가 넘는 179.47달러까지 주가가 치솟기도 했는데, 지금은 주가가 69.4달러로 공모가보다 낮은 수준이다.
◇테슬라 일찍 알아봤다면 2500%대 수익률
서학개미들이 제2의 테슬라를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최근 몇 년간 테슬라가 가파른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2019년 서학개미의 테슬라 주식 평균 순매수 가격은 37.44달러로 현재 주가 995.65달러와 비교하면 수익률은 2559.3%에 달한다. 2019년에는 서학개미들이 테슬라 주식을 1319만9000달러가량 순매수했다.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60위 정도의 ‘비인기’ 종목이었는데, 이때 투자를 해서 장기 투자 중이라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테슬라가 서학개미 순매수 1위였던 2020년에 투자했어도 수익률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2020년에는 서학개미들이 테슬라 주식을 평균 315.04달러 정도에 순매수했는데, 이 주식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면 수익률은 216% 정도다. 지난해 서학개미의 테슬라 주식 평균 순매수 가격은 897.23달러로 현재 주가와 비교하면 수익률은 11% 정도다. 장기 투자를 한다고 가정하면 테슬라의 가치를 빨리 알아본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위험도 큰 전기차 투자
문제는 금리 인상 움직임 속에 성장주 주가가 타격을 입고 있다는 점이다.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 기업들은 당장 좋은 실적을 내기 때문이 아니라 미래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 성장주다. 금리가 오르면 현재 가치로 환산한 회사의 ‘미래 가치’가 작아지기 때문에 성장주의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테슬라 역시 19일(현지 시각) 주가가 1000달러 선 아래로 떨어지는 등 최근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전기차 기업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은 테슬라와 루시드를 제외하면 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리비안(-47.1%) 외에도 태양광 패널을 장착한 전기차를 양산하겠다고 나선 소노그룹(-84%) 등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서학개미가 4576만9000달러 순매수한 전기차 기업 카누의 투자 수익률 역시 -45.4%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다른 전기차 업체들과 달리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테슬라 기업 가치의 핵심은 자율주행 기술을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 경쟁력”이라며 “정말 테슬라와 경쟁하려는 회사라면 방대한 도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인공지능(AI)을 훈련시켜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신생 전기차 업체가 테슬라가 가진 자율주행 기술력까지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