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가 상장 기념 북을 치고 있다./뉴스1

온갖 신기록을 세웠던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이 상장한 27일, 1000만 개미 투자자들의 마음과 계좌는 모두 시퍼렇게 물들었다.

27일 LG엔솔은 공모가 대비 68% 오른 50만5000원에 마감했다. 개장하자마자 59만8000원까지 올랐지만 외국인의 강력 매도세에 주가는 내리막으로 돌아섰다. 장중 한때 45만원까지 찍을 정도였다.

코스피가 3.5% 하락하며 2614선까지 밀리자, 국민연금이 중심인 연기금이 등판했다. 이날 연기금은 코스피에서 1조2230억원에 달하는 순매수액을 기록했다. 연기금 순매수 금액이 1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기금은 지난 13일부터 10거래일 연 팔자세였다. 그런데 이날은 오전부터 순매수 신호를 보냈는데, 결론적으로 연기금은 구원투수가 아니라 빌런이었다.

이날 연기금은 오로지 코스피 시가총액 2위(118조원)에 올라선 LG엔솔만 집중 매수했기 때문이다. 기업 실적과 가치와는 상관없는 기계적인 매수였다. 모처럼 주식 쇼핑에 나선 연기금이 순매수한 LG엔솔 금액만 2조1062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다수 코스피 대형주에선 연기금의 ‘팔자’가 이어졌다. 연기금은 이날 하루만 삼성전자 주식을 1763억원 어치 순매도했고, SK하이닉스는 610억원, LG화학도 633억원 어치 순매도했다. 이날 연기금은 한국 증시를 방어하긴커녕, 오히려 끌어내렸던 주요 주체였던 것이다.

이날 LG엔솔은 공모주 청약 당시 의무보유 확약을 하지 않았던 외국인의 보유 물량이 쏟아져 나왔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만 1조5000억원 어치 주식을 내다 팔았다.

27일 증권업계 추정에 따르면, 이날 LG엔솔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벌어들인 수익은 9231억원에 달한다. 국내 기관들은 대부분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의무보유 확약을 했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27.1%에 불과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수를 추종해야 하는 연기금 입장에선 (LG엔솔)을 매수할 수 밖에 없겠지만, 연기금이 기존 보유 주식을 무차별 매도하고 그 자금으로 LG엔솔만 집중적으로 사는 바람에 시장이 전체적으로 망가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상장한 LG엔솔은 코스피 시총 2위이지만, 코스피에는 27일 종가 기준으로 상장 다음 날인 28일부터 편입된다. 이날 코스피 급락과 외국인의 LG엔솔 매도세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