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식시장에 유행하는 말 중에 ‘어차피 안돼병(どうせダメ病)’이 있다. 버블 붕괴 이후 주가가 급락한 다음에 장기간 횡보하면서 생긴 일종의 투자 트라우마인데, 일본 주식에 투자해서 돈 벌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개인이나 기관 모두 일본 주식을 좀처럼 사지도, 팔지도 않는 활력이 없는 시장이 되었고, 외국 핫머니가 들어와서 일본 주식을 사주면 주가가 오르고, 팔면 내리는 함정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웃나라 일본 증시에 만연해 있는 ‘어차피 안돼병’에 한국 증시도 전염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든다.
설날 연휴가 끝나고 처음 열린 3일 오전, 개인 투자자들은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연휴 기간 중에 글로벌 증시가 많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8일~2월 2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4.3%, S&P500지수는 6.1%, 나스닥은 8% 올랐다.
하지만 이날 장 마감 후, 개인 투자자들은 모두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한국 증시 상황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67% 오른 2707.82에 거래를 마쳤다. 한때 2735선까지 올랐지만 장 마감이 다가오면서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이날 코스피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851억원, 50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개인은 1348억원을 순매도했다.
500만명에 달하는 삼성전자 소액 주주들의 실망감이 특히 컸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과 똑같은 7만3300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7만4900원까지 올랐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에 밀려 주가가 밀렸다. 전날 장 마감 후에 나온 메타(옛 페이스북)의 실적 쇼크로 투심이 얼어붙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1월 한 달 동안에만 6% 넘게 빠진 삼성전자는 현재 주가가 52주 신저가(6만8300원)와 불과 5000원 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지난해 삼성전자 주식을 31조원 넘게 사들인 개인 주주들은 ‘도대체 주가는 언제 오르냐’면서 답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이 279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는데도 주가가 오르지 않으니, 뭘 믿고 투자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주주인 30대 회사원은 “죽을 때까지 십만전자는 볼 수 있을까 싶다”면서 “정 안되면 매년 배당이나 받다가 그냥 손자에게 물려줘야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식을 7만원대에 정리했다는 40대 주부는 “왜 삼전 들고 속을 태우느냐”면서 “좀처럼 주가가 오르지 않아 속이 탔는데 미국장으로 이사해서 다 만회했다”고 했다.
참고로 삼성전자는 올해 매 분기마다 보통주 1주당 361원(총 1444원), 우선주는 1주당 362원(총 1448원)을 현금 배당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