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성 국채 발행액·잔액 추이

“돈을 물보다 더 퍼붓는데 물가가 안 오르면 비정상이죠. 돈이 돈이 아닙니다.”

글로벌 긴축 움직임 속에 추가경정예산(추경) 증액 소식이 전해지면서 7일 채권시장이 요동쳤다.

이날 추경안 심사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김부겸 국무총리는 “국회가 뜻을 모아주신다면 정부는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는 데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면서 추경 증액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1월 이례적으로 정부는 14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지만,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추경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더불어민주당 35조, 국민의힘 50조).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달 “약 14조원의 추경을 계획 중인데, 재원은 대부분 적자국채 발행으로 충당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왼쪽부터), 김부겸 국무총리, 이종배 예결위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정부의 추경 증액 소식에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43%포인트 오른 2.237%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 5월 21일(2.251%) 이후 3년 8개월래 최고치다. 10년물 금리도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이날 2.6% 위로 올라섰다. 2018년 6월 18일(연 2.65%) 이후 최고치다.

추경 재원 상당액은 국채 발행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적자 국채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 채권값은 떨어지게 된다(국채 금리 상승). 시장 금리가 오르면 대출이 많은 서민이나 한계기업 피해는 커지게 된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도 지난 달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도 재정 여력에 대해서는 우려감을 표했다. 피치는 “한국이 단기적으로 국가채무 증가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국가채무비율 전망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면서 “중기적 관점에서 신용등급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가 예상보다 많이 오르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 ‘1월 추경이 시작일 뿐’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라며 “양당 중 어느 쪽이 대통령에 당선되든, 차기 정부가 본격적으로 ‘돈 풀기’를 시작해 폭주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종가 기준 2019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1.9%대로 올라섰다. 미국의 1월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가 시장 예상을 웃돈 것이 원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