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주 등 대면 경제활동이 재개됐을 때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주식들의 주가가 다시 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2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가 서 있는 모습./연합뉴스

감염력이 강한 코로나 변이들이 출현할 때마다 움츠러들었던 ‘리오프닝(reopening·경제활동 재개)’주들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 지난 4일 정부가 “(코로나의) 위중증·치명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의료 체계 여력이 충분하다면, 계절 독감과 유사한 일상적 방역·의료 체계로의 전환을 본격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대면 경제활동과 관련된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중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4일 항공·여행·숙박·카지노주 등 대표적인 리오프닝주의 주가가 상승했다. 진에어는 23.6% 올랐고, 모두투어(15.5%), 하나투어(14.2%) 등 여행사들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간 코로나 백신 보급과 치료제 개발 등으로 리오프닝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가 확진자 증가와 방역 강화로 주저앉았던 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이번에는 확진자가 늘더라도 방역 조치가 강화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시 돌아온 리오프닝주

오미크론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유럽이나 일본 등에서는 정부가 방역 조치를 강화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도 코로나를 계절 독감 수준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여 국내외 여행이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여행 재개에 대한 기대감 속에 진에어 외에도 제주항공(15.9%), 아시아나항공(12.5%), 티웨이항공(11.8%) 등의 주가도 크게 올랐다. 레드캡투어(12.8%)나 호텔신라(6.4%) 등 여행·숙박 기업의 주가도 상승했다. 파라다이스(9.7%), GKL(7.6%), 강원랜드(5.7%) 등 카지노주 주가도 일제히 상승했다.

영화관 운영사인 CJ CGV 주가도 14.3% 올랐다. 대형 연예기획사들의 주가도 올랐다. 대면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오프라인 콘서트 등을 진행할 수 있게 되면 연예기획사들도 수익을 더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가 오른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의 주가가 14.3% 올랐고, 와이지엔터테인먼트(10.4%)·하이브(9.7%)·JYP엔터테인먼트(7.9%) 등의 주가도 모두 올랐다.

리오프닝주 주가 상승에 이들 주식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가격도 많이 올랐다. TIGER 여행레저가 지난 3~4일 ETF 중 가장 높은 가격 상승률(10.3%)을 기록했다. KB자산운용의 KBSTAR Fn컨택트대표도 6.1% 상승했고, 항공주에 많이 투자하는 KODEX운송도 6.1% 올랐다.

◇”코로나 이후를 바라보고 장기 투자해야”

리오프닝주 투자는 리스크가 큰 편이다. 대면 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때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다가도, 변이 바이러스 출현 소식에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정의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팀장은 “정부가 방역 조치 전환에 코로나 위중증·치명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경우라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에 본격적인 정상화로 접어들기 전에 리오프닝주들의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할 경우에는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각국 정부가 방역 조치 수준을 강화하지 않고 있는 만큼 대면 경제활동 재개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오미크론은 감염력이 강하지만 지금까지는 이로 인한 피해(위중증·치명률)가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염병의 풍토화(엔데믹)가 가까워졌다는 기대를 해볼 수 있다”며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올해 하반기에는 국제 교류 재개와 서비스업 정상화 등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리오프닝주에 대한 ‘장기 투자’를 추천한다. 김성근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짧은 기간에 수익을 내려고 한다면 리오프닝주보다는 당장 이익이 늘어나는 업종인 반도체·금융 등에 대한 투자가 더 바람직할 것”이라며 “리오프닝주의 경우 우리 정부의 방역 방침이 미국이나 유럽처럼 바뀌는 조짐을 살피면서 저가 매수에 나서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최근 금리가 오르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긴축과 관련된 예고를 쏟아내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코로나 사태로 타격을 입어 그 이전보다 수익이 줄어들었던 리오프닝주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리오프닝(reopening)주

코로나 사태 이후 위축됐던 대면 경제활동이 재개됐을 때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업종의 주식. 여행, 항공, 숙박, 카지노 관련 주 등이 이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