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금융위기라도 터진 건가요? 왜 이렇게 코스닥에서 외국인들이 주식을 많이 파는 건가요?”(소액주주 A씨)
올해 유난히 심해진 외국인의 셀스닥(Sell+코스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국인의 거센 매도 공격이 이어지면서 작년 말 1000선에서 움직이던 코스닥지수는 이제 900선에 안착하는 것조차도 힘겨워진 상황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닥 시장에서 순매도한 금액은 8일까지 무려 2조4925억원에 달했다. 1년 중 아직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 외국인의 1년간 코스닥 순매도 금액(3조4843억원)의 71%에 육박한다.
외국인은 무슨 이유로 이렇게 코스닥 주식을 매도하는 것일까. 금리 인상 기조 속에 실적 대비 주가가 비싼 성장주가 많은 코스닥 선호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해도 단기간 지나치게 순매도 금액이 많다는 점에 증시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그로스파인더 운영자인 장현호씨(전 펀드매니저)는 “코스닥 시총 탑10 내에는 2차전지 관련 기업(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천보 등)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데,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괴물이 나타나면서 문제가 생겼다”면서 “코스닥 2차 전지 기업들을 팔아야 할 요인이 생겼는데, 이를 투자 기회로 삼은 숏포지션(공매도)이 꽤 늘어난 것이 코스닥 하락 원인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4일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 2위인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잔고수량은 27만2200주로, 지난해 5월 공매도 재개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 시총 3위인 엘앤에프 역시 지난달 28일 공매도 잔고수량이 최대치를 기록했고, 지난 4일 공매도 잔액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유튜브 ‘퀵시황’ 진행자인 한화투자증권 최경진 차장 역시 LG에너지솔루션을 원인으로 꼽았다. 최 차장은 “LG에너지솔루션이 코스피 종목이라서 코스닥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국 시장이 이머징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계산한다”면서 “LG엔솔을 포트에 담으려면 다른 주식 비중을 깎아내야 하는데 코스피 인덱스 전체를 매도하는 기관과 달리, 외국인은 코스닥만 집중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차장은 이어 “외국인의 코스닥 비중이 우리 생각보다 큰 것으로 여겨진다”면서 “게임, 반도체, 컨텐츠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거의 전 업종에서 시총이 큰 종목들을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4일 LG에너지솔루션이 MSCI 지수에 조기 편입되고 나면, 수급 불균형 문제가 풀리면서 다소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최 차장은 덧붙였다.
연초에 터진 오스템임플란트의 대규모 횡령 사건 때문에 외국인이 실망해 떠나는 것이란 의견도 있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시가총액 2조원이 넘어 코스닥 19위인 오스템임플란트가 사상 초유의 횡령 사고를 내면서 시장 신뢰도에 금이 갔다”면서 “국내 기업들의 내부 통제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린 것이어서 외국인들은 등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