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우크라이나에서 난다는데, 한국 코스닥은 왜 이러는 건가요?”

“코스피 1000시대가 왔다고 천스닥(1000+코스닥)이라고 부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앞으로는 헬스닥(hell+코스닥)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지난 주말,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연초 이후 글로벌 증시 현황 사진이 화제가 됐다. 11일 기준으로 전세계 주요국의 주식시장 등락률을 나열한 것인데, 놀랍게도 한국 코스닥지수(-15.1%)가 꼴찌였다. 성장주가 많다는 미국 나스닥(-9.3%), 중국 심천(-10.4%)을 크게 밑돌았다.

14일에도 코스닥은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50분 현재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3% 빠져 851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초 1037선에서 거래되며 ‘천스닥’이라고 불렸는데, 이후 15.1% 하락해 850선까지 고공낙하한 것이다.

금리 인상 기조로 실적 대비 주가가 비싼 성장주가 많은 코스닥 선호도가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미국이나 중국의 성장주 시장에 비하면 하락이 훨씬 가파르다. 왜 이렇게 한국 코스닥만 쑥대밭이 된 걸까.

여의도 증권가는 코스닥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를 꼽는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1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주식을 2조871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년 동안 외국인은 코스닥에서 3조4843억원을 팔았는데, 1년 중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종전 기록을 위협하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에서 연이어 악재가 터진 것도 코스닥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횡령, 분식회계, 내부자 거래, 코인 먹튀, 상장폐지 등 올해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들에서는 온갖 악재가 터졌다”면서 “코스닥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시장 전체의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내부 통제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린 것이어서 외국인들은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가총액이 100조원이 넘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역시 2차 전지 관련주가 많은 코스닥엔 악재였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외국인들이 포트폴리오 조정을 목표로 2차전지 관련주를 대거 팔았기 때문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이 코스닥에서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2차 전지 관련주인 엘앤에프와 에코프로비엠으로, 지난 11일까지 각각 2156억원, 1968억원 어치 순매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