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 시가총액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7개 빅테크 기업의 시총이 올 들어 1조4000억달러(약 1700조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종목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도 큰 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S&P500지수 구성 종목 중 시총 상위 7개 종목의 시총은 종목별로 1000억달러 이상 감소했다. 메타(페이스북) 시총이 3380억달러 감소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시총도 3130억달러 감소했다. 7개 종목의 시총 감소액은 국내 증시 시총 1위 삼성전자(439조9730억원)의 네 배 가까운 수준이다.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급격한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강력한 유동성 축소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리 상승이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기술주의 미래 가치를 작게 만들면서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기술주 주가 하락에 서학개미 울상

미국 대표 기술주를 많이 보유한 서학개미의 수익률도 올 들어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주식은 전기차 기업 테슬라(154억6000만달러)였고,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아마존이 뒤를 이었다. 메타는 11위였다.

올 들어 이들 기술주 주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서학개미들은 이들 주식을 내다 팔기보다는 더 사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7개 종목 중 아마존(4400만달러 순매도)을 제외한 6개 종목은 모두 순매수했다. 주가가 반등할 것을 기대하고 이들 주식을 사들인 서학개미들이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서학개미들이 이들 주식을 순매수했는데, 보유한 전체 주식의 평가 금액은 감소한 경우가 많았다. 서학개미들은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테슬라 주식을 7억6400만달러어치 순매수했는데, 서학개미가 보유한 테슬라 주식 평가 금액은 지난해 말 154억6000만달러에서 지난 10일 138억2100만달러로 16억3900만달러 감소했다. 순매수 금액의 2배만큼 보유 금액이 줄어든 것이다.

엔비디아 주식도 3억2200만달러 순매수했는데 서학개미가 보유한 주식 평가 금액은 오히려 8400만달러 감소했다. 메타 주식도 8700만달러 순매수했지만, 보유한 주식 평가금액은 2억1000만달러 줄었다. 서학개미가 보유한 애플 주식의 평가 금액은 100만달러 증가했지만, 올해 순매수 금액(1억7500만달러)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분할 매수·장기 투자하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이들 미국 대표 기술주를 보유한 투자자들에게 “공포심에 주식을 내다 팔지 말라”고 조언한다. 불리한 가격에 내다 팔지는 말라는 것이다. 임종욱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마케팅부문 팀장은 “기술주·성장주는 기업의 중장기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 주식인 만큼 현재의 단기적인 시장 상황보다 장기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투자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삼성자산운용도 “금리 인상기 다른 업종 주식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다”라며 “주가가 많이 하락한 만큼 기술주의 밸류에이션(기업의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오히려 투자 매력이 개선된 측면도 있다”고 했다.

다만 성급한 저가 매수는 피하라고 조언했다. 임종욱 미래에셋자산운용 팀장은 “주가 변동성에 따른 투자 위험을 피해가는 차원에서 분할 매수가 적절할 것”이라고 했다. 주가가 하락했다고 특정 기술주 주식을 한 번에 많이 매수하면, 추가적인 주가 하락 등으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주가의 저점을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주식을 조금씩 나눠서 매수하면서 위험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두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미국 기술주에 분산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투자하는 것도 투자 위험을 낮추는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