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투자 등에 특화된 TDF(타깃 데이트 펀드)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TDF는 은퇴 예상 시기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면 주식과 채권 투자 비율을 가입자의 연령대에 맞춰 조절해주는 펀드다. 나이가 들면 안정적인 투자를 위해 채권 비율을 늘리는 식이다. 퇴직연금 수익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TDF에 투자된 자금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17일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TDF 설정액은 8조1248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4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2018년 말(1조3370억원)과 비교해보면 3년 만에 6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2045년 은퇴 준비 펀드 인기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TDF 상품 뒤에는 투자자가 은퇴를 계획하는 연도를 뜻하는 숫자가 붙어있다. 2025에서 2055까지 5년 단위로 선택이 가능하다. TDF는 은퇴가 많이 남은 시점에는 주식 등 위험 자산의 비율을 높이고, 은퇴가 가까워지면 채권 등 안전 자산의 비율을 높이는 식으로 운용된다.

최근에는 30대 투자자들도 노후 대비를 위한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체 자산운용사 중 TDF 설정액이 가장 많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DF 설정액을 타깃 데이트에 따라 나눠보면 2025년(1조2323억원)이나 2030년(5663억)인 상품 다음으로 타깃 데이트가 2045년(5646억)인 상품의 설정액이 많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로 30대 투자자가 투자할 것으로 보이는 TDF2045에 자금이 많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관련 법 개정에 따라 올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 지정 운용 제도)’이 도입되면 TDF 시장이 더욱 급격히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가 별도의 의사 표시를 하지 않을 경우, 투자금을 미리 정해져 있는 펀드 등 금융 상품에 자동으로 투자되도록 하는 제도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려는 취지다.

디폴트옵션이 시행되면 TDF로 자금이 추가 유입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TDF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이러한 시장의 성장이 연금 가입자들에게도 도움이 됐다”며 “국내에서도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자금이 TDF로 많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들 경쟁도 치열

TDF 시장이 커지면서 TDF 상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TDF 설정액이 3조5578억원으로 전체 TDF 설정액의 43.8%를 차지하고 있다. 2011년 가장 먼저 TDF 상품을 내놓은 ‘선두 주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안정적인 수익률과 유튜브·블로그 등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고, 국내 최초로 TDF 전문 서적을 발간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TDF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설정액 점유율 기준으로 삼성자산운용(19.9%), 한국투자신탁운용(11.6%), KB자산운용(9.8%), 신한자산운용(7.4%)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운용사들은 고객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운용 보수(수수료)를 인하하기도 한다. 최근 KB자산운용은 KB온국민 TDF의 운용 보수율을 0.07%포인트 인하했다. 운용 보수율을 포함한 총 보수율이 TDF 2030 기준 0.56%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장기 투자를 해야 하는 연금 특성상 작은 보수율 차이도 나중에는 큰 차이로 불어나기 때문에 보수가 낮은 상품을 고르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신입사원이 퇴직 시까지 30~40년간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작은 보수율 차이도 나중에는 수천만 원대 수익 차이가 된다”고 했다.

☞TDF(타깃 데이트 펀드)

퇴직연금 등 연금 투자에 특화된 펀드로, 투자자의 은퇴 계획 시점을 목표 시점(타깃 데이트·Target Date)으로 정해두면 남은 기간에 따라 주식과 채권 등의 편입 비율을 조정해준다. 은퇴 시점까지 기간이 많이 남아 있으면 주식 등 위험 자산 비율을 높이고,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채권 등 안전 자산 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운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