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의 거물 투자자인 스탠리 드러켄밀러. 작년 말 기준 그의 포트폴리오 내에서 비중 1위는 한국의 쿠팡이다./조선DB

“메타(옛 페이스북)를 폭락하기 전인 작년 말에 처분한 건 잘한 것 같은데, 쿠팡은 오히려 더 매수했네요.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1위라니, (드러켄밀러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미국의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인 스탠리 드러켄밀러(Stanley Druckenmiller)의 쿠팡 집중투자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드러켄밀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한 보유 주식 현황 자료(Form 13F)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쿠팡 보유 주식 수는 1776만3525주로, 지분 가치는 5억2189만달러(약 6237억원)에 달했다. 미국의 13F 보고서는 운용 자산이 1억 달러를 넘는 모든 기관 투자가가 미국 SEC에 분기별로 제출하는 보고서다. 월가의 주요 기관 투자자들의 매매 기록을 엿볼 수 있다.

소로스 회장이 1990년대에 운용한 퀀텀펀드의 펀드매니저로 명성을 떨쳤던 드러켄밀러는 현재 104억달러(약 12조4000억원) 이상 순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블룸버그). 뉴욕 소재 패밀리오피스가 그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다.

지난 15일 미국 마켓인사이더는 “드러켄밀러는 ‘한국의 아마존’이라고 불리는 쿠팡 주식을 가장 많은 비중으로 보유하고 있다”면서 “작년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225만주 넘게 추가로 사들였다”고 분석했다.

쿠팡 외에 드러켄밀러는 스냅챗 운영사인 스냅 주식을 6700만달러(약 801억원) 어치 사들였다. 또 오일 메이저 기업인 셰브론을 1억달러(약 1196억원) 어치 새로 보유하게 됐다고 신고했다.

반면, 작년 말 드러켄밀러는 3590만 달러(약 430억원) 어치의 메타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 메타는 지난 3일 시장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해 단 하루 만에 주가가 26.4% 폭락했다. 이후에도 주가가 계속 흘러내려서 지금은 세계 기업 시가총액 순위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폭락 전 323달러였던 메타 주가는 18일(현지시각) 206.16달러에 마감했다.

드러켄밀러는 또 카지노 운용업체인 펜 내셔널 게이밍, 코로나 백신 제조사인 모더나, 코로나 시대의 위너였던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 등도 팔았다.

18일 종가는 22.99달러. 시가총액은 약 49조원에 달한다. 작년 4분기 실적 발표는 3월 3일(한국시간)로 예정돼 있다.

한편,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투자전문 매체인 모틀리풀(Motley Fool)은 변덕이 심해진 시장에서 장기 투자 목적에서 담을 수 있는 종목으로 쿠팡과 미국의 원격진료 관련업체인 독시미티(Doximity) 등 2개 회사를 추천했다.

모틀리풀은 “최근 주가 하락과 시장 변동성은 우량 기업을 할인된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3월 11일 미국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한 쿠팡은 첫 날에는 장중 한때 69달러까지 치솟았지만 하락세를 거듭하더니 지금은 공모가(35달러) 밑에서 거래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각) 종가는 22.99달러였다. 52주 신저가는 16.61달러(2022년 1월 24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