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의 주요 투자처는 미국 뉴욕 증시다. 하지만 지난해 서학개미는 35개국 증시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학개미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증시 종목에 투자해 ‘깜짝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이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학개미는 지난해 호주 증시의 오스트레일리안 스트래티직 머티리얼즈에 투자해 51.9%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평균 순매수 금액과 지난 17일 종가를 비교해 추정한 수익률로, ‘지난해 순매수한 주식을 아직까지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의 평균적인 수익률에 해당한다. 지난해 이 회사 주식을 5.38호주달러에 순매수했는데, 현재 주가가 8.17호주달러 수준이다.
서학개미는 베트남 증시에서는 마산 컨슈머 그룹에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했는데 수익률은 8.1%다. 오스트레일리안 스트래티직 머티리얼즈와 마산 컨슈머 그룹의 투자 수익률은 각국 증시 순매수 1위 종목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베트남·호주 증시에 개인 투자자 자격으로 투자를 하면 환전 수수료나 거래 수수료 때문에 실제 수익은 작아질 수 있어,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한 투자를 추천하는 편이다.
◇테슬라를 뛰어넘은 수익률
지난해 미국 증시 순매수 1위 테슬라 주식의 투자 수익률은 -2.3% 정도다. 지난해 1000달러를 훌쩍 넘었던 주가가 800~900달러대로 추락하면서 지난해 순매수한 주식의 투자 수익률이 낮아진 탓이다.
각국 증시별 순매수 1위 종목의 수익률을 비교하면 오스트레일리안 스트래티직 머티리얼즈가 51.9%로 가장 높고, 중국 증시의 간펑리튬이 16%로 뒤를 잇는다. 두 종목은 유사한 측면도 있다. 오스트레일리안 스트래티직 머티리얼즈가 희토류 관련 기업이고, 간펑리튬은 리튬 관련 기업이다. 희토류와 리튬은 전기차 보급 확대로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몸값이 뛰는 측면이 있다.
마산 컨슈머 그룹은 수익률 3위에 해당한다. 베트남의 유통 기업인데 프랑스 증시 순매수 1위인 에르메스(7.3%)의 수익률을 넘어선 것이다. 금리 상승과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움직임 속에 서학개미가 많이 투자한 종목의 수익률이 저조한 경우가 많았다. 홍콩 증시 순매수 1위 알리바바의 수익률은 -51.5%에 그쳤고, 일본 증시 순매수 1위인 Z 홀딩스의 수익률 역시 -9%였다.
◇직투 보다는 ETF로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기는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요국 증시가 아닌 소규모 증시에는 직접 투자보다는 간접 투자를 할 것을 추천한다. 개인 투자자가 직접 투자를 하면 환전 비용이나 거래 수수료 때문에 수익을 내더라도 실제로 손에 쥐는 수익은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증시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운용하고 있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베트남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 위해서는 먼저 베트남 동화 환전 후 주식주문을 해야하는데 베트남 동화의 경우 기축통화가 아니다보니 환전을 해주는 은행이나 증권사도 별로 없을뿐더러 환전수수료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주식 주문의 경우에도 베트남 주식 주문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가 많지 않고 주문 수수료 또한 국내주식 대비 월등히 높다”고 했다. 정보 습득 차원에서도 언어 장벽과 소통 창구의 부재 때문에 불리할 수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2016년 7월 상장한 KINDEX 베트남VN30 ETF(1년 수익률 47.2%)와 2020년 11월 상장한 KINDEX 블룸버그베트남VN30레버리지 ETF(1년 수익률 69.1%)를 운용 중이다. KINDEX 블룸버그베트남VN30레버리지 ETF는 세계 최초로 베트남 시장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ETF기도 하다. 한투운용은 글로벌 기관 투자자나 베트남 현지 개인 투자자를 공략하기 위해 베트남 호치민거래소에 KIM VN30 ETF를 직접 상장하기도 했다.
오스트레일리안 스트래티직 머티리얼즈도 ETF를 통한 투자가 가능하다. 한화자산운용이 최근 상장한 국내 최초의 희토류 ETF인 ‘ARIRANG 글로벌희토류전략자원기업MV’를 통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