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이 2월에 소폭 상승세를 보인 한국 주식은 팔고, 반대로 하락세였던 미국 주식은 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주식이 떨어졌을 때 ‘저가 매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국 금리 인상이나 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달 들어 지난 21일까지 코스피가 3% 상승하는 동안 개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1조5700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같은 기간 뉴욕 증시 대표 지수인 S&P500지수(-3.7%)와 나스닥지수(-4.9%)가 하락할 때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11억5500만달러(약 1조3800억원) 순매수했다.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보다는 미국 하락장에 투자하는 ‘거꾸로 투자’에 나선 것이다.

◇미국 증시 반등에 베팅

개미들이 국내에서 많이 판 종목들은 대부분 시가총액 상위 종목과 금융주로, 최근 주가가 꽤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2월 3~21일 개인 순매도 1위는 국내 증시 시총 3위인 SK하이닉스(1조1140억원 순매도)였다. 이 기간 SK하이닉스 주가는 7.9% 상승했는데, 차익 실현을 위해 주식을 판 투자자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개인 순매도 2위인 신한지주(2300억원)와 5위 하나금융지주(1710억원)도 이달 들어 각각 8.1%, 14.2% 상승했다.

국내와 달리 미국 증시에서는 하락세를 보인 기술주의 반등을 노린 투자가 많았다. 이달 3~21일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상장지수펀드(ETF)인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1억5800만달러 순매수)였다. 이 상품은 나스닥 시장을 대표하는 100종목으로 구성된 나스닥100 지수 하루 상승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도록 설계됐다. 서학개미 순매수 2~5위도 모두 주가가 하락한 기술주였다. 순매수 2위와 3위인 알파벳(구글)과 엔비디아는 이달 들어 주가가 각각 3.6%, 3.4% 떨어졌다. 순매수 4위인 메타(페이스북) 주가는 같은 기간 무려 34.2% 하락했다.

주가가 오를 때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손실이 커지는 고위험·고수익 상품인 레버리지 ETF에도 많이 투자했다. 순매수 1위인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외에도 나스닥100 지수 하루 수익률의 2배만큼 수익이 발생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 QQQ가 순매수 19위(2000만달러)였다. S&P500 지수 하루 수익률의 2배만큼 수익이 발생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 S&P500 ETF가 순매수 20위(1800만달러)였다.

◇변수는 금리와 우크라이나 사태

서학개미들은 미국 뉴욕 증시의 반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여전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 폭이 0.25%포인트가 아니라 0.5%포인트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21일(현지 시각) 미국은행협회 콘퍼런스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방안과 0.5%포인트 올리는 방안 중 어느 쪽을 지지하냐는 질문에 “(경제 상황을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말하기에는 이르다”고 했다.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역시 증시에 남아 있는 ‘뇌관’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황에서 가능성은 낮은 편이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추가적인 무력 충돌이 발생한다면 밀 가격과 유가 등이 오르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현재는 증시 상황을 예측해 과감하게 투자하기보다는 연준의 움직임이나 우크라이나 사태의 진행 상황을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대응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종료 이후 과거와 같은 증시 급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삼성증권은 “지정학적 위기 발발 시 흔히 목격되는 금융시장 충격 이후 정책 대응에 따른 위험자산 급반등 패턴이 이번에는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긴축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증시가 위축되더라도 통화·재정정책 차원의 대응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