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가 하루 만에 반토막이 날 수도 있나요? 진짜 충격적이네요.” “지금 러시아 주식들, 연초 대바겐세일 아닌가요? 들어가도 될까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4일, 주식 투자자들은 러시아 증시 급락세에 주목했다. 러시아의 주요 지수 중 하나인 RTSI 지수가 장중 50% 하락하며 말 그대로 하루만에 반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RTSI 지수는 러시아의 대표 기업들을 모아 만든 지수로, VTB뱅크, 루스히드로, 가즈프롬 등 국영 기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 가치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날 장중 한때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은 89.6루블까지 치솟으며 전날보다 10.5% 상승했다. 오후가 되면서 장이 다소 안정을 찾았고, 이날 RTSI 지수는 전날보다 38.3% 하락한 742.91에 마감했다.
현지인들은 전쟁 공포에 휩싸인 이때, 증시 격언인 ‘Buy on the Bullet(포성에 사라)’을 실천으로 옮기기라도 하듯, 전세계 자금은 러시아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러시아 상장지수펀드(ETF) 중 하나인 Van Eck 러시아 ETF(티커명 RSX)는 지난 20일에만 5800만달러(약 697억원)가 유입되면서 3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말만 해도 500만주 수준이었던 거래량은 저가 매수세가 늘어나 전쟁이 발발한 24일에는 6000만주에 육박했다. 이날 Van Eck 러시아 ETF는 전날보다 19% 하락한 15.39달러에 마감했다.
야수의 심장을 가진 투자자들은 러시아 레버리지 ETF로 달려갔다. 러시아 지수의 2배 수익률을 추종하는 Direxion Daily 러시아 Bull 2X ETF(티커명 RUSL)는 이날 하루에만 33.6% 하락해 8.7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달 거래가 뜸할 때는 10만주도 안 됐는데 24일에는 1800만주가 거래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5일 한국 증시에서도 러시아 증시 급락을 기회로 삼는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특정 ETF로 몰리고 있다. 한국에서 실시간 거래할 수 있는 러시아 ETF는 한국투자운용의 ‘KINDEX 러시아MSCI ETF’가 유일하다.
이날 오전 11시 10분 기준 이 상품은 전날보다 13.7% 하락한 1만979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개장 후 2시간 만에 거래량이 90만주에 육박하는 등 ETF 입장에선 지난 2017년 3월 상장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최근 한 달 거래량 평균이 2만4000주에 불과했는데, 이날 오전에만 3650% 급증했다. 거래 대금도 반나절만에 173억원이 넘어 상장 이후 역대 최대치를 갈아 치웠다.
하지만 이 상품은 기초지수(MSCI Russia 25% Capped Price Return Index)가 33%나 하락한 것을 실시간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매매는 조심해야 한다.
한투운용 측은 “해외 자산을 기초로 하는 합성 ETF인데, 급격한 가격 변동과 미국 시장의 헤지 매매 시간차 등의 이유로 기초 자산과의 괴리율이 굉장히 커진 상황”이라며 “장 마감 직전 10분(3시 20~30분) 동시호가 시간에는 추정 기준가가 변동되면서 괴리 변동이 더 커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튜브 ‘퀵시황’을 진행하는 최경진 한화투자증권 PB는 “전쟁 상황은 예측 불가의 영역이기 때문에 예단할 수 없으나, 러시아의 경우엔 아직 미국의 경제 제재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공격적인 신규 매입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망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러시아 국영기업 주식을 반값에 살 수 있는 방법을 궁금해 하는 투자자들도 많은데, 현재 한국에서는 러시아 개별 기업 주식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