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기자

사람마다 투자 스타일은 다르다. 처음엔 그저 가격이 올랐다는 말에, 아니면 누가 얼마를 벌었다는 말에 혹해서 투자를 시작한다. 그러다가 실패해서 투자를 접기도 하고, 깨달음을 얻고 가격이 이미 오른 것이 아니라 미래에 오를 것을 찾는 방식으로 성장하기도 한다.

또 가격을 예측한다는 것이 불가능함을 깨닫고 그 근원인 수급과 정보를 찾아 헤매기도 한다. 결국 투자의 본질인 가치를 깨닫고, 이른바 가치 투자자로 변신하게 된다.

그런데 가치 투자 역시 장부 가치 중심에서 미래 실적을 예측하는 방식으로 진화한다. 필자도 증권회사에서 근무할 때는 정확한 실적 예측이야말로 주식 투자의 필승법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실적을 넘어서는 기업의 경쟁력과 가능성, 심지어 방향성까지 고려해 투자하고 있다.

투자의 마지막 스타일은 큰 주제를 가진 테마에 투자하는 것이다. 물론 주제나 테마에 투자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기업이 있으니 유명한 기업 위주로 관심을 갖게 되고, 이렇게 되면 앞서 얘기했던 이미 오른 가격에 투자하는 사람과 같아지기도 한다. 투자 스타일은 이렇듯 시대에 따라 돌고 도는 법이다.

최근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우려에 이어 전쟁까지 터지면서 많은 개인 투자자가 힘들어하고 있다. ‘좋은 경험을 했다’거나 ‘수업료 낸 셈 친다’는 말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러나 정말로 경험했다는 의미가 있으려면, 앞으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개인 투자자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많은 투자 스타일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 투자 스타일 역시 달라져야 하는데, 본인 방식을 고집하거나 심지어는 다른 사람의 방식을 배척하기까지 한다.

투자에 정답은 없다. 작년엔 내 투자 스타일이 맞았더라도 올해는 틀릴 수 있다. 그래서 투자자라면 아집을 버리고 다양한 경험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무리한 ‘빚투’는 피해야 하며, 여유 자금으로 투자하는 습관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투자자는 선수라기보다는 산업 일선에서 뛰는 기업을 평가하는 심판 역할을 해야 한다. 훌륭한 심판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한다. 특정 투자 스타일에 빠져 균형을 잃는다면 그땐 투자자에서 은퇴해야 한다.

/김기주 KPI투자자문 대표

김기주 KPI투자자문 대표. 현재 두나무 맵플러스에서 콜라보밸류라는 상품으로 2018년 6월 이후 누적 수익률 230.67%를 올려 국내 펀드 부문 누적 수익률 1위를 기록 중이다./KPI투자자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