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증시 폭락 여파로 러시아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의 손실이 불어나는 가운데 잇따라 펀드 환매가 중단되고 있다./연합뉴스

전쟁을 투자 기회라며 과감히 베팅했던 러시아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이 4일 패닉셀(공포 매도)에 나서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10분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KINDEX 러시아MSCI ETF는 전날보다 30% 하락해 1만7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발생하기 전만 해도 3만원 선에서 거래됐는데, 열흘 만에 3분의1 토막이 났다.

이 상품은 국내 증시에서 러시아 증시에 실시간 거래할 수 있는 유일한 상품이라서 개인들의 매수세가 크게 몰렸다.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달 22일부터 연일 순매수 행진을 이어왔는데, 이날 주가 급락으로 상당한 손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ETF 투자자인 A씨는 “하한가라도 빨리 팔고 싶은데, 하한가에 28만주나 걸려 있어서 팔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불안해 했다.

이날 오전부터 나타난 패닉셀은 전날 운용사 측이 상장폐지 가능성을 긴급 공지했기 때문이다. 펀드를 운용 중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3일 자사가 운용하는 ‘KINDEX 러시아MSCI ETF’가 상장 폐지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ETF의 기초지수는 러시아 거래소 상장 종목 중 시장 대표성 요건을 충족한 종목으로 구성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러시아 지수다.

한투운용에 따르면, MSCI는 러시아를 신흥국(EM) 지수에서 제외한 데 이어 오는 9일 종가를 기준으로 모든 MSCI 지수 내 러시아 주식에 대해 사실상 0에 가까운 가격(0.00001)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런 정책은 국내 상장 ETF인 ‘KINDEX 러시아MSCI’에도 적용된다. 한투운용은 MSCI에 정책 적용 제외를 요청했으며 답변을 기다리는 상태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순자산 가치 대비 시장 가격의 괴리율이 급등한 ‘KINDEX 러시아MSCI ETF’를 지난 3일 자로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ETF는 이날부터 3거래일간 단일가 매매가 시행되며, 이 기간 괴리율이 치솟거나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 거래소 판단에 따라 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