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여의도 증권가에선 마치 금융위기라도 일어난 것처럼 패닉셀(공포 매도)이 나타난 홍콩 증시 관련 스팟 메시지가 하루 종일 오갔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홍콩H지수는 전날 대비 5% 하락해 6893.07에 거래됐다. 장중 한때 5.5% 넘게 빠지면서 지수는 6853선까지 떨어졌다. 지난 2016년 이후 최저치다. 홍콩H지수는 텐센트, 알리바바, 샤오미 등 중국 본토 기업 50곳 주가를 추려서 산출한 지수다.
이날 홍콩H지수 폭락은 전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회계 감독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면서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는 5개 중국 기업에 대해 퇴출 예고를 한 것이 원인이었다. 해당 기업은 베이진, 얌차이나, 자이랩, ACM리서치, 허치슨차이나 등 5곳이다. SEC의 발표에 이날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90여개 중국 기업 주가를 반영한 골든드래곤차이나 지수는 10% 폭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인 2008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중국 기업들의 주가 급락은 이날 열린 홍콩 증시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박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중국 상장사 퇴출 압박을 계기로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중국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되면서 외국인 비중이 크면서 상하한 제한폭이 없는 홍콩 증시가 본토 증시에 비해 더 크게 흔들렸다”고 말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홍콩의 코로나 확산(도시 봉쇄 우려),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위험에 더해 미국의 중국 상장기업 제재까지 더해지면서 홍콩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면서 “단기 지지선으로 6500선을 제시하며 향후 중국 정부의 금융시장과 경기에 대한 정책 대응이 중요한 국면”이라고 말했다.
이날 마침 양회가 폐막했는데, 기자회견장에서 리커창 총리는 “경기와 금융시장 안정화”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양회는 중국에서 매년 3월에 개최되는 행사로, 전국인민대회(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날 홍콩 패닉셀은 한국 증시에선 외국인 매도 행진의 빌미가 됐다. 이날 오후 3시 10분 현재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500억원, 4000억원의 순매도를 보이는 중이다. 개인만 1조원 넘게 주식을 사 모으고 있다.
한편, 이날 홍콩H지수 급락으로 주가연계증권(ELS) 가입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ELS는 주요국 지수 등을 기초 자산으로 삼고, 계약 기간에 기초 자산 가격이 정해진 수준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함께 약속한 이자를 주는 파생 상품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홍콩H지수와 연계되어 발행된 한국 ELS 잔고는 약 18조원에 달한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하면 손실이 확정되는 녹인(원금 손실 기준선) 지수대는 홍콩H증시 기준 5500 이하로 추정되고 있다. 즉 만기까지 지수가 5500 정도까지 떨어지지 않는다면, 원금 손실은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