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언제일까 하루 하루가 불안합니다.”
회사에 다닐 날이 얼마 남지 않은 50대가 되면, 좋든 싫든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인생 2막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 생활에 충실히 임하는 ‘회사형 인간’으로 인생의 절반을 살아 왔다면, 쉰 언저리에 뭘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할 수도 있다. 재취업, 창업, 이직, 취미생활, 봉사... 학창 시절 이후 처음으로 다양한 인생 선택지가 주어진다.
‘오십부터는 이기적으로 살아도 된다’의 저자인 오츠카 히사시씨는 “졸업 후 회사에 들어가 지금까지 계속 회사원 생활을 해왔다면 자신도 모르게 ‘회사를 위해’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회사에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해봤자 회사가 정년 후의 인생을 보장해 주진 않으니 오십이 되면 슬픈 짝사랑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언젠가는 끝내야 할 회사원 인생.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회사 인생을 잘 마무리하고, 앞으로의 50년을 가치 있게 보내려면 정확한 목표 수립과 실행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은퇴 준비는 더욱 그렇다.
김동엽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본부장은 “퇴직 후 65세에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의 소득 공백기에 대비하려면 꾸준한 현금 흐름부터 만들어야 한다”면서 “금융소득으로 노후 생활을 꾸리겠다고 결심했다면 자금을 연금화시키는 전략을 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인생 후반전에서 제2의 월급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금융소득으로는 국내 주식, 국내 채권, 해외 주식, 예적금, 공모주, 즉시연금 등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금융소득으로 노후를 보낼 때 반드시 신경 써야 할 점이 있다. 바로 국세청·건보공단과의 불편한 동행이다.
장기선 신한금융투자 세무팀장은 “은퇴 후 금융소득이 생겼을 때 세금이나 건보료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면서 “퇴직소득이나 양도소득 같은 것은 세금은 내야 하지만,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건보료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 팀장은 이어 “부동산 임대수익으로 노후 생활을 꾸린다고 해도 공실이나 세입자 관리가 쉽지 않고 월세 수입에 대해 세금과 건보료도 다 내야 한다”면서 “부동산이든 금융자산이든 움직이기만 하면 세금과 건보료가 붙기 때문에 은퇴 생활자 입장에선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라고 말했다.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 부과 방식은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금융자산에는 세금과 건보료가 늘 따라 다닌다. 보험사의 즉시연금은 세금과 건보료가 없는데, 60세 남성이 이달 1억원을 넣으면 바로 다음 달부터 35만원(10년 보증 종신연금형 기준) 가량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지금은 1000만원 초과 금융소득만 건보료 부과 대상이지만, 정부는 금융소득 면제 하한선을 내려서 연 1000만원 이하 금융소득에도 건보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늙어서도 소득이 생겼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세금과 건보료를 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피할 묘수가 있다면, 그건 다른 얘기다.
김동엽 본부장은 “금융소득으로 노후를 보내겠다고 결심했다면 일찍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은퇴 5~10년 전부터 연금계좌(연금저축·IRP)와 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활용해서 자산을 연금화해 두면 세금과 건보료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연금저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세액 공제 혜택에 더불어 과세 이연 효과까지 있어 유리하다. 운용 수익이 아무리 많아도 연금을 받기 전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으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으로 잡히지도 않는다. 물론 은퇴 후 연금으로 받을 땐 연금소득세(3.3~5.5%)를 내야 하고, 수령액이 1년에 1200만원을 넘으면 종합소득세 대상이 된다는 점은 알아둬야 한다.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건보료를 피할 때도 연금 계좌는 유리하다. 국민연금·공무원연금 같은 공적연금과 달리, 사적연금(연금저축, IRP) 소득은 건보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김동엽 본부장은 “연금계좌로 은퇴 생활을 준비한다면, 직장인에게 주어지는 세액공제 혜택부터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면서 “연금계좌 세액공제 한도가 1년에 700만원(50세 이상은 최대 900만원)이니까 700만원씩 채워가면 좋다”고 말했다. 1년에 700만원씩, 10년을 넣으면 원금이 7000만원이고 매매 차익에 배당, 세액공제 등을 합하면 1억원까지 불릴 수도 있다.
회사 인생과 이별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50대는 종합자산관리계좌(ISA) 만기 자금을 연금 계좌로 넣어 노후 자금으로 만드는 ‘연금화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 ISA는 수익 200만원(서민형 400만원)까지 비과세되고, 비과세 한도 초과 수익은 9.9% 세율로 분리 과세되는 절세 통장이다.
그런데 1년에 2000만원씩, 최대 1억원까지 넣을 수 있는 ISA는 만기(3년)가 돌아올 때마다 만기 자금을 연금 계좌로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 연금 이체 금액의 10%에 대해서는 세액 공제도 받을 수 있다.
세액 공제 한도는 최대 300만원이니까 ISA에서 최소 3000만원은 이체해야 유리하다. 또 ISA의 연금 이전은 만기 때마다 가능하다. 즉 3년마다 ISA 만기 자금을 연금 계좌로 이체해서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은퇴가 10년쯤 남았다면 매번 300만원씩, 총 3번의 추가 세액 공제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만약 ISA 만기 자금 5000만원을 보유한 50대 김 부장이 이 중 일부인 3000만원만 연금 계좌로 옮긴다고 가정해 보자. 김 부장은 연금 계좌에 700만원을 납입해 세액 공제를 최대로 받고 있는데, ISA의 연금 이전을 통해 300만원(3000만원의 10%)을 추가로 더 받을 수 있다. 결국 김 부장은 1000만원을 세액 공제 받게 되며, 연말 정산 후에 132만원(13.2%, 최대 16.5%)을 돌려 받는다.
그런데 ISA 만기 자금을 연금화할 때, 연금저축과 IRP라는 두 가지 선택지 중에 무엇을 선택해야 좋을지 고민이 될 수도 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금융 소비자는 ISA 만기 자금을 이전할 때 연금저축과 IRP 중에서 고를 수 있는데, 두 상품은 장단점이 있다”면서 “IRP는 위험자산 100% 편입이 되지 않지만 연금저축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도 “개인별로 차이는 있지만 연금저축은 중도 인출도 가능하고 수수료가 낮고 위험자산 비중도 100% 가능해 운용 면에서 자유롭다”면서 “반면 IRP는 저축은행 예금 등 원리금 보장상품이나 리츠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