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 수혜 예상 종목으로 구성된 KRX BBIG K-뉴딜지수의 2020년 9월 지수 산출 시작 후 수익률이 -20.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장기 투자 중이라면 큰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정권교체로 새 정부에서 한국판 뉴딜 정책이 계속 추진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정부가 2020년 7월 디지털 뉴딜(정보통신기술 산업 육성)·그린 뉴딜(저탄소·친환경으로 전환) 등에 2025년까지 160조원(국비 114조원)을 투자해 19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자, 한국거래소는 같은 해 9월부터 정책 수혜 종목으로 구성된 KRX BBIG K-뉴딜지수를 산출해 발표하고 있다. 지수는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BBIG) 업종 대표 종목 12개로 구성돼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KRX BBIG K-뉴딜지수는 20.6% 하락했다. 금리와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배터리·게임 종목의 주가가 크게 하락한 탓이다. 하지만 지수 산출 이후 지난해 말까지 지수 상승률도 0.3% 수준에 그쳤다.
◇ 뉴딜정책 수혜주로 구성… 지수 추종 ETF 등 금리에 타격 받아
국내 배터리 관련 기업을 대표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월 27일 상장 후 주가가 33.4% 하락했다. 바이오 업종의 SK바이오사이언스도 주가가 35.6% 떨어졌고, 인터넷 업종의 아프리카TV(-24.3%)와 게임 업종의 크래프톤(-39.3%) 등도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BBIG 업종 대표 종목의 주가가 대부분 하락한 것이다.
올 들어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들 종목의 주가가 하락했다. BBIG 업종 종목들은 대부분 당장 실적보다 앞으로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 ‘성장주’다. 금리가 오르면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기업의 미래 가치가 작아지기 때문에 성장주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게 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따른 러시아에 대한 제재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오른 것도 문제였다. 배터리 생산 등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배터리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판 뉴딜 정책의 ‘약발’이 미미했던 측면도 있다. KRX BBIG K-뉴딜지수는 산출이 시작된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0.3% 올랐는데, 같은 기간 코스피는 25.7% 올랐다. 한국판 뉴딜 정책이 BBIG 업종 기업들에게 ‘상승 동력’을 제공하지 못한 셈이다.
◇새 정부에서 살아날까?
문재인 정부는 한국판 뉴딜 계획을 다음 정부 임기 중인 2025년까지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었지만, 정권 교체로 한국판 뉴딜 정책이 계속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소상공인 손실 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한국판 뉴딜 사업 예산은 대표적인 예산 삭감 대상으로 분류되고 있다.
다만 한국판 뉴딜 계획이 축소되거나 폐기되더라도 BBIG 업종에 대한 지원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판 뉴딜 계획이 변경되더라도 BBIG 업종이 한국 경제의 ‘미래 먹거리’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의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팀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제약 바이오 혁신 위원회를 설치해 신약 개발 등을 지원하겠다고 했고,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 및 국가 지원 체계 마련 등을 약속했다”며 “바이오, 인터넷, 게임 업종에 대한 직간접적인 정책 지원이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또한 윤 당선인이 2035년에는 내연기관 자동차 신규 등록을 금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면서 앞으로 전기차 보급이 더 빨라지면 배터리 기업들의 수익성도 개선될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도 지양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에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의 자율성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KRX BBIG K-뉴딜지수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의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업종의 대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