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개월간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보다 해외 증시에 상장된 ETF와 ETN을 더 많이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보다 더 다양한 종류의 ETF·ETN이 상장되어 있는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28일 한국예탁결제원이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해외 증시에 상장된 ETF와 ETN을 62억8000만달러(약 7조7000억원)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5조9000억원 순매수)이나 국내 증시 상장 ETF·ETN(6조8000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을 순매수했다.
◇해외 ETF에 눈뜬 서학 개미
서학 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는 테슬라나 애플 같은 개별 주식에 많이 투자했었다. 작년 1월 서학 개미는 해외 증시에서 개별 주식은 49억6000만달러 순매수하면서, 해외 증시에 상장된 ETF와 ETN은 9000만달러 순매도했다.
그러다 작년 하반기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개인 투자자가 해외 증시 상장 ETF와 ETN을 11억8000만달러 순매수하는 등 월간 기준 순매수액이 10억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서학 개미는 올 들어서도 지난 1월(16억3000만달러)과 2월(11억6000만달러)에도 해외 증시 상장 ETF·ETN을 10억달러 이상 순매수했다.
서학 개미들은 해외 증시에 상장된 3배 레버리지 ETF와 ETN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올 들어 지난 25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과 ETF·ETN 중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것은 나스닥 대표 종목으로 구성된 나스닥100지수 하루 상승률의 3배 만큼 수익이 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였다. 서학 개미들은 이 ETF를 12억달러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순매수 3위도 3배 레버리지 ETF인 디렉시언 데일리 세미컨덕터스 불 3X(5억8000만달러)였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 하루 상승률의 3배 만큼 수익이 나는 ETF다.
올 들어 서학 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10개 종목 중 5개 종목이 ETF와 ETN이었다. 서학 개미들이 테슬라,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등 미국 대표 기술주만큼 해외 증시 상장 ETF·ETN에도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국내 상품 다양해져야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는 해외 증시에 상장된 ETF보다 이점이 많다. 기본적으로 국내 증시 거래가 이뤄지는 오전이나 낮 시간에 거래를 할 수 있다. 또 해외 주식 등에 투자하는 ETF의 경우 ETF 내부적으로 환전이 이뤄지기 때문에 개인이 실질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환전 비용이 크게 줄어드는 장점도 있다. 개인 투자자가 직접 해외 증시에 상장된 ETF·ETN을 사려면 더 많은 환전 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
그럼에도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 증시에 상장된 ETF·ETN을 선호하는 것은 해외 증시에는 국내 증시에는 없는 상품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2배 레버리지나 인버스(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이 나는 상품)만 가능하지만, 미국 뉴욕 증시에는 좀 더 고수익을 노려볼 수 있는 3배 레버리지, 인버스 상품이 있다”며 “투자 자산의 측면에서도 가상 화폐 ETF 등 국내에는 아직 없는 투자 상품이 있다”고 했다.
미국 뉴욕 증시 등에는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하는 프로셰어즈 비트코인 스트레터지 ETF 등이 상장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관련 법·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운용사가 비슷한 상품을 출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해외 증시에는 우라늄·대마초 등 다양한 테마(투자 주제) ETF도 상장돼 있다. 좀 더 넓은 투자 선택지를 제공하는 해외 증시 상장 ETF·ETN으로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