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부터 중국의 ‘경제 수도’인 상하이가 순환 봉쇄에 들어간 가운데,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채소로 카드 치는 사람들’이란 사진이 화제다. 게임 판돈을 채소로 내걸 만큼, 채소값이 급등한 현실을 빗댄 것이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도시 봉쇄 조치 이후, 상하이 인근은 물류 차질을 빚으면서 채소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상하이는 인구가 2500만명이 넘는 거대 도시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 가량을 차지한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 CPI(소비자물가지수)에서 식품 비중은 30%로 높지만 돼지고기 등 육류 비중이 높고 채소 비중은 낮아 최근 채소값 급등이 당장 CPI 급등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작년 1% 미만이었던 CPI의 점진적인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다른 나라 역시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세계 1위 항만인 상하이항에 선적을 대기하고 있는 컨테이너는 40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코로나 확산으로 20여개 중국 기업들이 기업공개(IPO)를 잠정 연기하는 등 금융·수출 허브인 상하이엔 빨간불이 켜졌다.
3월의 마지막날인 31일 오전에 나온 중국의 경제 지표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 밑으로 내려가 경기 위축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PMI는 공장이 얼마나 잘 돌아가는지 경기 동향을 가늠하는 지표로, 50보다 크면 경기 확장을 의미하고, 그보다 작으면 경기 수축을 의미한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3월 제조업 PMI는 전달의 50.2보다 낮은 49.5로 집계됐다. 로이터 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49.9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국 제조업 PMI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4개월 연속 50을 넘었는데, 다시 50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날 발표된 3월 비제조업 PMI 역시 48.4를 기록하면서 위축 국면으로 들어섰다.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 만에 최저치다. 비제조업 PMI는 서비스업·유통 등 업계의 경기를 파악하는 중요한 지표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헝다 사태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중국은 하반기부터 경기 둔화세가 뚜렷해졌다”면서 “동계 올림픽 이후 도시 봉쇄가 확대되면서 나타난 생산과 물류 차질이 소비 둔화로 직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지난 29일(현지시간) “중국의 엄격한 코로나 정책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0.6%포인트 내려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중국은 5.5%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UBS는 최근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4%에서 5.0%로 하향 조정하면서 코로나 상황과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하면 성장률이 4%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호주 ANZ은행은 올해 중국 경제가 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면서 상하이의 봉쇄 조치가 5월 초까지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