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반도체 산업뿐 아니라 국내 증시 전체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그런데 올 들어 삼성전자보다 국내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 주가와 달리 메모리·비메모리 기업에 분산투자하는 ETF가 더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다.
31일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0.4% 하락한 6만9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서만 주가가 11.1% 하락했다. 반면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ETF인 TIGER 반도체(-6.7%)와 KODEX 반도체(-7%)는 이보다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이 ETF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국내 반도체 관련 기업에 투자한다. 삼성자산운용은 “반도체 ETF들은 한국거래소의 반도체 지수를 추종하는데,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관련 주’로 분류돼있기 때문에 반도체 지수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거래소의 반도체지수가 정작 삼성전자는 없는 ‘앙꼬 없는 찐빵’인 셈이다.
◇ 메모리 위주 삼성전자와 달리 非메모리 등 분산투자로 선방
최근 반도체 산업 내에서도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는 성과를 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큰 기업의 경우 반도체로 전자제품 등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수요 약세’로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메모리·비메모리 등 모든 반도체 영역에 분산 투자하는 반도체 ETF가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KBSTAR 비메모리 반도체 액티브의 올해 수익률도 -6.6%로 삼성전자보다는 선방했다. 이 ETF는 DB하이텍과 삼성전자의 투자 비율이 14.7%로 비슷한 수준이다. TIGER Fn반도체 TOP10은 수익률이 -9.5%로 반도체 ETF 중에서는 낮은 편인데, 이 ETF는 메모리 비율이 높은 SK하이닉스(26.9%)와 삼성전자(21.4%)에 많이 투자한다. 삼성자산운용은 “개별 종목에 투자하면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할 때보다 주가 상승으로 수익을 낼 가능성도 높지만, 반대로 주가 하락으로 인한 리스크도 그만큼 커진다”며 “올해 주가가 떨어질 때 ETF가 분산 투자 효과 덕분에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