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주식형 액티브 ETF들도 올해 주가가 떨어지는 하락장에서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30개 중 올해 플러스 수익을 낸 것은 하나도 없었고, 절반 이상은 시장 수익률(비교 대상인 지수 수익률)을 밑돌았다.

31일 한국거래소가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로 해외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KODEX 미국 메타버스 나스닥 액티브’가 올 들어 지난 18일까지 -21.1%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주식형 액티브 ETF 30개가 모두 수익률 부진에 빠졌다.

특히 비교 지수 수익률보다 수익률이 낮은 ETF도 16개였다. 액티브 ETF는 특정 시장·업종·테마(투자 주제)를 대표하는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 ETF와 달리 펀드매니저가 일정 수준 자율적으로 운용한다. 액티브 ETF는 비교 대상인 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데, 절반이 넘는 액티브 ETF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30개 중 13개 ETF만 비교 지수보다 수익률이 높았고, 나머지 하나는 비교 지수와 수익률이 같았다.

그래픽=송윤혜

◇낮은 수익률 원인은 ‘성장주’

시장 전체를 대표하는 지수인 코스피와 비교하면 주식형 액티브 ETF의 부진이 더 두드러진다. 올 들어 지난 18일까지 코스피는 9% 하락했는데, 30개 중 19개 주식형 액티브 ETF의 수익률은 코스피보다 더 낮은 것이다. 이렇게 수익률이 저조한 것은 2020년 9월부터 출시되기 시작한 이들 ETF가 주로 ‘성장주’에 투자하는데 올 들어 성장주들이 대거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플랫폼 기업, 메타버스 관련 기업, 친환경 자동차 기업 등이 대표적인 성장주로 꼽힌다.

성장주는 기업의 현재 실적보다는 미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 주식이다. 그런데 올해 초처럼 금리가 상승하면 주가가 약세를 보이게 된다. 금리가 높아지면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기업의 미래 가치가 작아지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저금리 기조 속에서 주가가 많이 올랐던 성장주들이 본격적으로 조정을 받게 되자 이들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주식형 액티브 ETF의 수익률도 낮아진 것이다. 에셋플러스 글로벌 플랫폼 액티브(-20.4%), TIGER 글로벌 메타버스 액티브(-20.2%), KINDEX 글로벌 메타버스 테크 액티브(-19.2%) 등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더 낮았던 이유다.

◇절반 이상은 목표 지수보다 부진

사실 전체적으로 주가가 떨어지는 약세장에서는 아무리 유능한 펀드매니저라도 플러스 수익을 내기 어렵다. 그래서 펀드 실적을 평가할 때는 수익률이 플러스냐 마이너스냐만 따지지 않고, 벤치마크(기준점)가 되는 비교 지수를 설정해 수익률을 비교한다. 수익률이 마이너스여도 비교 지수보다 하락 폭이 작다면 선방했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30개 중 16개 주식형 액티브 ETF는 비교 지수보다 수익률이 낮아 체면을 구기게 됐다. 에셋플러스 글로벌 플랫폼 액티브의 수익률이 비교 지수 수익률보다 13.8%포인트 더 낮았다. KODEX 미국 메타버스 나스닥 액티브도 수익률이 비교 지수보다 8.8%포인트 낮았고, KINDEX 글로벌 메타버스 테크 액티브는 6.4%포인트 낮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보통 액티브 ETF가 상승장에서 초과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보니 하락장에서 오히려 수익률이 시장 평균을 밑도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지금까지 자산운용사들은 ‘신산업’ 영역에서 액티브 ETF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해왔다. 메타버스처럼 새로운 산업 영역에서는 새로운 유망 기업들이 계속 출현하는데, 액티브 ETF가 이러한 기업들을 조기에 포착해 투자하면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내외 메타버스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 4개는 모두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보다 부진했다.

물론 비교 대상인 지수보다 양호한 수익률을 달성한 액티브 ETF도 있다. MASTER 스마트 커머스 액티브는 비교 지수 대비 6.7%포인트의 초과 수익률을 달성했다. 지난 2월 출시된 KINDEX G2 전기차&자율주행 액티브도 초과 수익률이 5.6%포인트였고, 에셋플러스 코리아 플랫폼 액티브는 3.4%포인트였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앞으로도 꾸준히 액티브 ETF를 출시할 예정인 가운데, “초과 수익률이 ETF를 고르는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