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손절(손실을 보고 매각)하고 애플 샀는데 잘한 걸까요?” “잘하신 겁니다. 미장(미국 증시)으로 옮기는 것이 정답입니다.”
6일 애플 주주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는 1% 하락한 6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5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서 애플도 175.06달러로 전날 대비 1.9% 하락하기는 했지만, 작년 말 주가(177.34달러)를 거의 회복했다.
지지부진한 수익률에 지친 동학개미(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다. 작년 9월과 12월 소액주주 비교가 가능한 시가총액 상위 20위 이내 기업 9곳 가운데 7곳은 소액주주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소액주주 12만명 감소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작년 9월에 비해 12월에 12만2500명이 줄었다.
2019년 12월 56만8313명에 불과했지만, 주식 열풍이 불면서 1년 9개월이 지난 작년 9월에는 삼성전자 소액주주가 518만8804명까지 폭증했다. 특히, 지난해 1월 주가가 장중 9만6800원까지 오르며 ‘십만전자(주가가 10만원인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소액주주가 가파르게 불어났다. 그런데 지난해 말 주가는 7만8300원으로 2020년 말 주가(8만1000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결국 버티지 못한 소액 주주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팔고 떠났다는 것이다.
다른 시총 상위 종목들도 소액주주가 감소했다. 카카오 주주도 10만900명 감소했고, 카카오뱅크 주주도 3만6300명 줄어들었다. 삼성SDI(2만8600명 감소)와 SK이노베이션(2만1200명 감소), 삼성바이오로직스(1만6000명 감소) 등도 소액주주가 1만명 넘게 줄었다. 지난해 시총 상위 20위 이내 종목 중에서 네이버(3100명 증가)와 삼성물산(800명 증가) 정도만 소액주주가 줄어들지 않았지만, 증가 폭이 미미했다.
◇고수익률 찾아 해외로 떠나나?
동학개미들이 국내 증시를 떠나고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로 변신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이다. 해외 증시 대형주들이 국내 증시 시총 상위 종목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달 동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삼성전자와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애플의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개인 투자자들이 점차 해외주식을 선호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올 들어 금리 상승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모두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지난 5일 기준 지난해 말 대비 11.6% 하락했는데, 같은 기간 애플은 1.3% 하락했다. 지난해 말 주가 수준을 거의 회복한 것이다. 2020년 말 대비 삼성전자 주가는 14.6% 하락했지만 애플은 32.9% 상승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열풍이 시작되기 이전인 2019년 말 시점과 비교해도 애플의 수익률(142.3%)이 삼성전자(24%)를 크게 앞선다.
앞으로도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고 해외 주식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국내 증시 주요 종목의 주가가 반등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이 좀 더 안정적인 수익을 얻기 위해 해외 증시 우량주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국내 기업들은 실적 대비 배당과 같은 주주 환원 정책의 수준이 해외 기업들에 비해서는 부족하다”며 “또한 인플레이션 시기 ‘천연자원 생산국이 아닌 신흥국 시장’인 국내 증시가 외국인들에게는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라서 주가가 상승 모멘텀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